‘창궁의 묘’, 한류 드라마의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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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경=배은실 통신원

매일 저녁 7시 40분, 서둘러 저녁을 먹고 TV앞에 앉게 하는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는 바로 총 28회로 구성된 중일 공동제작 드라마 <창궁의 묘(蒼穹之昴)>다.

청나라 말 변법자강운동을 배경으로 서태후와 광서제 모자 사이의 애증과 암투를 그린 <창궁의 묘>는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시나리오와 연출은 중국에서 담당했고 주연에는 일본배우와 중국배우가 두루 등용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이 극의 핵심인물인 서태후를 일본배우가 열연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오싱(おしん, 1983~84)>과 <와카바(わかば, 2004)>로 알려진 다나카 유코(田中裕子)가 서태후 역으로 분연했는데, 다나카는 실제 외모 면에서 70%의 싱크로율을 보이면서 역대 어떤 중국배우보다도 서태후를 더 닮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 서태후의 신임을 얻게 되는 환관 춘윈(春云)역에는 <매란방>의 아역을 맡았던 위샤오췬(余少群)이 분연했다.

배우들은 자국어로 연기를 했는데, 예를 들면 다나카가 일본어로 서태후의 대사를 치면 위샤오췬이 중국어로 춘윈의 대사를 치는 식이다. 그러나 언어상의 장애는 극의 깊이와 배우들의 연기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평가다.

일본 NHK 위성은 지난 1월 2일 <창궁의 묘>를 방송했고, 첫 회 시청률이 1.3%(평균 시청률 0.3%)를 기록하면서 2010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베이징TV는 3월 초부터 방송에 들어갔는데, 방송 전까지 다나카 유코가 서태후 역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문과 일본인이 쓴 중국역사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사실에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첫 회 방송과 동시에 다나카 유코에 대한 연기력 논란은 호평일색으로 바뀌었고, 역사해석에 대한 의문은 꼬리를 감추었다. 오히려 스토리 전개, 인물해석, 배우들의 연기력에 있어서 식상했던 기존 청나라 시대극의 틀을 깼고, 방송규정이 엄격한 황금 시간대에 색다른 해석의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한편에서는 일본 색이 들어간 중국역사에 대한 비평의 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드라마 <창궁의 묘>는 상당히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외국 드라마나 정치색이 일치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일절 방송할 수 없는 중국 저녁 황금 시간대에 일본 원작, 일본인 주연, 중일 공동투자의 드라마가 방송되었다는 것이 그러하다. 한류 열풍으로 많은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이 늦은 밤이나 새벽에 방영되거나 동영상으로 소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본에 대한 반감이 드라마라는 친숙한 매개를 통해 크게 완화되었다. 중국인들의 마음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적 인물 서태후를 일본 여배우가 연기했고, 그 연기가 각 계의 호평을 받으면서 일본에 대한 중국인의 마음이 크게 누그러졌다. 물론 한 작품으로 역사의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 작용한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창궁의 묘>는 글로벌화를 꿈꾸는 한국 드라마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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