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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도쿄=황선혜 통신원

지난 3월 26일 소문이 무성했던 한 이벤트 현장을 찾았다. ‘제1회 SEOUL TRAIN with ZE:A’ 담당하는 일인 만큼 나름 한류 콘텐츠에 대해 꿰고 있음에도 출연자 ‘ZE:A’에 대해선 전혀 정보가 없었다. 그저 콘서트 티켓이 3일 만에 모두 팔리고 팬클럽이 수천명에 이른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현장에 도착하자 설마 하던 마음은 금세 사라졌다. 그간의 한류 스타 팬미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곧바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류 드라마 팬의 상징인 곱게 차려입은 일본 아줌마 집단이 아닌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과 엄마와 딸이 함께 온 가족 커플이 다수였다. 또 2시간 30분 동안의 이벤트는 열광과 환호, 그 자체였다.

K-POP에 대한 이런 환호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 열린 여성그룹 ‘카라’의 첫 일본 콘서트의 티켓도 판매 5분 만에 모두 팔렸고, 같은 날 정오 추가 콘서트를 부랴부랴 마련했을 정도다. 지난해 마이클 잭슨 사망 직후 일본 모 음악전문 채널의 착신멜로디 다운로드 4위는 ‘브라운아이즈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였다. 1~3위는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이었다.

▲ 제국의 아이들 (ZE:A) <사진=제국의 아이들 일본 공식사이트>
이런 K-POP의 흐름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분명 아니다. <겨울연가>가 한류 드라마 붐을 일으킬 때 ‘신화’가 적극적인 일본 활동을 펼쳐 젊은 20대들 사이에선 한국의 대중음악이 하나의 콘텐츠로 전해졌다. 이어 배우 류시원이 일본에서 가수로 데뷔했고 이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SS501’, ‘빅뱅’ 등 K-POP 스타들의 활동이 꾸준히 있었다.

일각에선 한류 드라마에 지친 팬들이 K-POP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결과로 단언하기도 하지만, 지금 일본 열도의 흐름을 읽는다면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한류 드라마에 대한 싫증(?)의 결과가 아닌 K-POP의 매력이 드라마만큼 큰 저력과 생명력을 지녔다는 평가도 많다.

최근 K-POP에서 유행하는 전자멜로디와 반복이 중독성을 일으키고, 한국어를 마스터하지 않아도 따라서 부를 수 있는 춤과 멜로디가 공감을 전해준다는 것이다. 또 뛰어난 비주얼과 팬 서비스는 동경과 친근감을 함께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다.

▲ 도쿄=황선혜 통신원/ 일본 소넷 엔터테인먼트 영상사업과 프로듀서
실제로 일본 방송에선 유명 10대 탁구선수가 ‘빅뱅’의 멤버에 푹 빠져있다고 고백하는 모습이나 아이돌 걸그룹의 리더가 이상형으로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를 거론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웬만한 일본 남녀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한 명은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스맙(SMAP)의 초난강(쿠사나기 츠요시)의 캐릭터가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위성 스카파 채널은 지난 1~2월 K-POP 스타들을 중심으로 ‘아시아 팝스타 특집’을 진행, 대대적으로 음악 콘텐츠를 선전했다. 또 올해 여름을 목표로 ‘K-POP 걸그룹 특집’ 등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일본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한국의 기획자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의도로만 해외 진출을 계획하진 않았으면 한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한류’는 한국이란 국가명보다 더 큰 브랜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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