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생산기계’로 미디어 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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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생산기계’로 미디어 정치를
[글로벌] 독일=서명준 통신원
  • 독일=서명준 통신원
  • 승인 2010.04.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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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산업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오늘은 ‘정보 소매상’인 기존 언론매체에게는 힘겨운 시절로 기록될지 모른다. 이런 디지털사회에서는 언론과 함께 정보의 소매상으로 정치정보와 여론을 시민에게 제공하고 공유하는 정당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편매체가 된 오늘에도 디지털사회에 대한 기존 정당들의 인식은 현실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해 독일 연방총선에서 각 정당의 미디어 정책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유사점을 보인다. 정보 보호와 국민의 미디어 능력 개선이 그것인데, 아쉽게도 구체적으로 수립된 관련 미디어 정책은 다소 적은 편이다.

먼저 우파 집권정당인 기민당은 인터넷을 규제와 보호의 공간으로 본다. 투명한 사회의 추구를 말하지만 바이오여권과 새로운 감시 기술의 도입의 의도가 읽힌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모여 있는 사민당은 시민의 인터넷 참여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지적재산권 보호도 사민주의자들의 단골테마이다. 이를 위해 저작권 소유자에게 매월 일정액이 지불되도록 하는 이른바 문화요금제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반면 기민당과의 연립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자민당의 자유주의자들은 완전히 자유로운 형태의 ‘인터넷 공화국’을 추구한다. 검열은 절대 불가라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지를 받고 있는 좌파당은 디지털사회에서도 지적노동이 공적 규제를 받아야 하고 복제권도 일단 유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일하게 녹색당이 ‘인터넷 자유’를 미디어정책에서 다루고 있다. 정보투명성, 정보자유, 정보공유 등이 미디어정책 프로그램의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 총선 이후 강력한 원외정당으로 급부상한 해적당은 이미 인터넷에서 정당정책과 관련된 여러 과정들이 공개되고 온라인 논쟁도 활발한 신생정당이다.

일상에 미세하게 침투해 있는 인터넷은 지난 20여년 간 인터넷 석기시대를 거쳐 전근대를 마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웹 3.0의 시대가 다가온다. 시맨틱웹이 ‘인터넷 산업혁명’을 열게 된다면, 이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와 콘베이어벨트는 현대사회가 생산해내는 대량의 데이터를 ‘의미’에 따라 맥락화해 정리·가공하는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인 셈이다.

더구나 금융위기로 드러난 경제시스템 변동의 징후가 노동과 소비방식의 급진적 변화를 초래, 결국 사회구조 변동으로 이어지면 ‘인터넷 산업혁명’의 시대가 급박하게 도래할지 모른다. 바로 이런 미디어 현실의 변화양상을 정당들은 읽어내야 한다.

웹3.0의 시대와 함께 새로운 정치참여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여기에서 시민지성은 차별화된 정보를 자신의 이념에 적합하게 맥락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고도의 전문 인력이 정보를 일방적으로 가공하여 제공하던 방식은 옛말이 되어가고, 웹 3.0이라는 ‘민주주의 생산기계’가 등장하고 있다. 이것이 정말 미디어의 미래라면-온디맨드 미디어체계가 온디맨드 정치참여 공간을 창출하게 된다면-정당들은 이런 디지털 혁명의 계기를 놓치지 말아야하지 않겠는가.

독일=서명준 통신원/독일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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