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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이동유 대구 CBS PD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힌 4대강 사업, 천안함 침몰사고 수습불가, 만천하에 드러난 비민주적 방송장악 시도, 일본의 독도침략 야욕에 속수무책, 무상급식 대응 실패, 대북관계에서 보여준 무능함 등 최근 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실정을 보면 그 위태함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의 모습에서는 위기감은 고사하고 당황한 기색조차 읽을 수 없다. 오히려 국민이 잘 몰라서 오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변명을 늘어놓으며 묵언수행 혹은 동계올림픽이나 강력사건 등에 기대어 실정을 호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아무리 비판을 하고 잘못을 지적해도 듣는 시늉은커녕 귀를 막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태도는 더 큰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의 소통능력 부재에 대해서는 이미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여러 가지 우려가 있었다. 삶의 악조건을 딛고 스스로 사회경제적 성공을 성취한 사람의 자기 확신이 과연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끌어내야 하는 현대 국가 지도자로서의 덕목에 얼마나 부합할지 염려한  것이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자기중심적 사람은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회활동의 중요한 수단이 되는 주의(attention)를 융통성 있게 쓰지 못해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의식에 잘 담아두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즉 자신의 바람과 다른 의견이나 대상은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쉽게 무시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기독교 신앙인의 선민의식이 포개지면 그 정신세계는 더 자기중심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종으로 선을 대변하는 자는 때로 시련과 고난에 휩싸이지만 결국 하늘이 그를 도와 선을 이루리라는 믿음으로 전쟁도 불사한 서구 유럽기독교 국가의 정치·종교 지도자들을 보자. 그들은 한 결 같이 정의는 자신의 편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나님의 기름 부은 자를 자임한 그들이 이교도에 맞서 자신의 세계관을 펼치면 펼칠수록 반목과 질시, 핏빛 살육은 늘어만 갔다. 정교분리의 근대 헌법은 바로 이런 뼈아픈 역사적 교훈이 산파 구실을 했다. 

기독교의 소중한 가르침 중에 하나는 모든 신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 분의 자기희생적 삶을 본받아 삶으로 영혼의 안식과 화평의 축복을 누리는 것인데, 이것이 어느 순간 예수 축복, 불신 지옥의 배타적 신앙으로 변질돼 기독교를 한 없이 초라하고 이기적인 종교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 안타까운 흐름 속에 이명박 정부가 종교를 정치에 끌어들이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끊임없이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 이동유 대구 CBS PD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정국운영과 개신교의 배타적 이미지가 자꾸만 중첩되는 이유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양상이 지속되는 것은 대통령과 개신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개신교 신자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건 아니건 한 나라의 대통령의 실패는 곧 그 나라와 국민의 실패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 기원의 끈을 놓아버리기 전에 대통령은 마음의 문을 열고 국민을 대해야 한다. 그리고 개신교 지도자들도 이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닫혀 있는 창문으로는 절대 민심의 바람이 드나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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