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들의 연대와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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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들의 연대와 투쟁이 필요하다
[사설] MBC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며
  • PD저널
  • 승인 2010.04.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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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의 거짓말이 MBC노조의 파업을 촉발시켰다. 지난 달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출근길이 막혔던 김 사장은 천막을 치며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 약속으로 청와대 방송 장악의 논란에 있던 두 본부장의 인사를 철회하면서 노조와 전격 타협을 하며 겨우 집무실에 들어섰다. 따라서 자신의 말을 뒤엎고 전격적으로 황희만 부사장 임명을 단행한 것은 MBC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김우룡 씨의 ‘큰집 조인트’ 의혹이 가시기도 전에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 논란 인사를 임명한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김씨는 자신의 의혹을 조사할 청문회가 제기되자 서둘러 미국으로 떠났다. 그를 고소한다고 기자회견을 했던 김재철 사장은 현안 때문에 바쁘다고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의혹과 논란의 당사자들이 진실을 은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어물쩍하게 상황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수법으로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MBC노조는 파업을 통해 상식적인 문제 제기를 시작한 것이다.

방송 장악 의혹을 촉발시킨 김우룡 씨의 발언은 이번 MBC 인사로 보다 분명하게 나타났다. 김씨 발언의 파장이 컸던 이유는 계열사 사장 임명까지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증언 때문이었다. 이런 와중에 본부장 임명도 논란이 되었던 인사를 부사장에 임명한 것은 MBC 노동조합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노골적인 방송 장악 인사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공영방송의 설 자리가 없다. KBS의 특보사장 임명 이후 KBS가 노골적인 정권, 재벌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얼마나 많이 제기되었는가? 방송의 독립성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권력에 굴종하는 공영방송은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 아니다. MBC노조의 파업 돌입은 이런 암울한 방송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절박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방송 장악 논란에 책임져야 할 세력들은 오히려 정당한 MBC 구성원들의 파업 투쟁에 겁박과 조롱을 퍼붓고 있다. 낙하산 사장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 사장은 노동조합과 절대 타협은 없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을 천명했고, 노동부는 신속하게 불법 파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보수 매체들은 파업을 노영방송의 현실이라고 하면서 강경 대응을 부추기고 있다.

자신들이 방송 독립성을 침해한 것에 대해선 철저하게 외면하고,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정권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프레임 하에서 MBC 노조의 파업은 필연적이었다고 본다. 권력에 굴종하지 않으면 해고와 손해 배상 등 법적, 경제적 조치를 앞세우며 철저하게 응징한다는 저열하고 야만적인 작태만이 판을 치고 있다. 원인을 제공하고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한 반성은 없고 비판 세력 말살에만 골몰하는 이들이 기댈 것은 오로지 권력 뿐이다.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려는 MBC 노조의 정당한 파업투쟁은 공영방송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야만과 억압의 권력에 맞서 방송노동자들이 뜨거운 동지애와 사명감으로 저항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보아왔던 숱한 정권의 언론 탄압과 공작이 눈에 보여도 그들은 굴하지 않고 공영방송 MBC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 장악 세력들이 권력에 기대고 있다면 MBC 노조는 국민의 양심과 상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치권력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반민주적인 시대에 그들의 투쟁이 큰 울림을 갖는다. 그리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려는 세력들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리기 위해서라도 방송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보다 큰 단결이 필요하다. MBC 파업을 정당한 투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양심적인 방송인들의 뜨거운 연대와 투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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