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 배제, KBS 신뢰도 추락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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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중계 배제, KBS 신뢰도 추락 탓”
언론노조 KBS본부 “정권 홍보하다 스포츠 중계에만 ‘공영방송’ 내세우니…”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4.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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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사실상 월드컵 단독중계 방침을 굳힌 SBS에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엄경철)는 “월드컵 중계에서 KBS가 배제된 것은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따른 신뢰도 추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12일 성명을 내 “국민 여론과 다수의 전문가가 지상파 공동중계에 동의하지만, 여론을 모으지 못하는 것은 KBS에 대한 시청자와 시민사회의 외면 때문”이라며 “특보사장이 취임 후 공영방송의 정도를 벗어나 ‘정권홍보방송’이 된 KBS가 유독 스포츠 중계에만 공영방송을 내세우니 누가 납득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사내 비판세력 손보기’ 절반만 중계권에 신경 썼다면 … 김인규 사장 무능”

KBS본부는 또 “국가기간방송으로서 KBS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은 김인규 사장의 무능함 때문”이라며 “동계올림픽 중계기간 동안 SBS와 함께 서로 이전투구를 일삼는 등 감정적 대응 외에 사측이 한 일이 뭔가? 사내 비판세력 손보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의 반만 중계권 문제에 쏟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KBS는 12일 오전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드컵 중계권과 관련해 SBS에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KBS

“SBS에 대한 보복성 기사, 공익성·공정성 우려”

이들은 또 “사실상 SBS의 단독중계로 결론나면서 사측은 TF팀을 꾸려 중계권 문제뿐만 아니라 SBS와 그 사주의 문제점까지 뉴스를 통해 대량으로 보도할 계획”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기사화시킬 수 있겠지만, 보복을 위한 문제제기가 얼마나 공익적이고 공정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KBS본부는 단독 중계를 고집하는 SBS를 향해 “지금이라도 월드컵 중계에 있어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합리적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고, 중계권 협상과정에서 ‘방관자’에 머문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한편, KBS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SBS가 지난 2006년 방송사 사장단이 합의한 ‘코리아풀’을 깨고 비밀리에 단독중계를 추진했다”며 “입찰방해 등의 책임을 물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언론노조 KBS본부의 성명 전문이다.

지상파 불신이 월드컵 중계 실패를 불렀다
-김인규 사장, SBS 보복 아닌 정도(正道)를 가야-
오늘(4월 12일) 사측이 월드컵 중계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을 통한 공동중계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SBS를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방송사간 월드컵 중계권 협상이 결렬된 데 이어 KBS가 SBS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힘으로써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SBS가 단독중계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우리는 국민 대다수의 관심 사안인 월드컵 중계를 두고 방송사들이 자율적으로 이견을 조정하지 못하고 결렬에 이르게 된 데 대해 방송3사 모두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가 제각각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모두 자사 이기주의에만 매몰돼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결론을 이끄는 데 실패했다.

무엇보다 협상의 칼을 쥐고 있던 SBS가 시청자들의 보편적 접근권을 실현하는데 더욱 부합하는 공동중계를 결렬시킨 데 대해 실로 유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은 방송사 공동중계를 통해 월드컵을 보길 원했다. 특히 지난 몇 차례 월드컵 중계에서 방송사들의 무차별적인 ‘월드컵 올인’의 폐해를 목도한 시청자와 전문가들은 ‘순차중계’라는 합리적 해결책을 여론화시키기도 했다. 그런데도 SBS가 시청자 다수의 요구를 묵살하고 단독중계를 고집한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월드컵 중계에 있어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합리적 해결책 마련에 SBS가 적극 나서주길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김인규 사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단독중계를 고집한 SBS의 책임이 크다 하더라도 국가 기간방송이라는 KB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민적 행사의 구경꾼으로 전락한 것은 김인규 사장의 무능함 탓이다. 사측은 ‘할 만큼 했다’고 하지만 이는 ‘중계권 협상 결렬’이라는 책임을 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올림픽 중계 기간 동안 SBS와 함께 서로 이전투구를 일삼는 등 감정적 대응 외에 사측이 한 일이 도대체 뭔가? 사내 비판세력 손보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의 반만 월드컵 중계권 문제에 쏟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KBS가 동계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 중계에서도 배제된 것이 정권의 KBS 장악과 이로 인한 신뢰도 추락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국민 여론은 물론 언론학계 등 우리 사회 대다수 전문가 그룹들도 지상파 공동중계가 타당하다고 판단함에도 KBS가 그런 여론을 모아내고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KBS에 대한 시청자들과 시민사회의 외면에서 기인한다. 관제사장에 이어 특보사장이 들어서고 나날이 정권홍보방송화되면서 공영방송의 정도에서 이탈한 KBS가 유독 ‘스포츠 중계’에만 공영방송을 내세우니 누가 납득하고 그 논의에 참여하겠는가.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여당 역시 마찬가지다. 마땅히 합리적 조정자의 역할을 했어야 할 방통위와 국회 차원에서 논의의 장과 대책을 마련했어야 할 한나라당은 그저 방관자에 머물렀다. 오로지 KBS를 ‘국정철학을 구현한 관제방송’으로 만들려는 데만 골몰한 나머지 정작 공영방송 KBS가 해야 될 역할에 대해서는 두 손 놓고 있은 것이다.

우리는 사측에게 마지막까지 공동중계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한마디 더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SBS의 단독중계로 결론나면서 사측이 SBS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보편적 시청권 대책 TF팀’을 꾸려놓고 중계권 문제뿐만 아니라 SBS와 그 사주의 문제점까지 뉴스를 통해 대량으로 보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오늘 기자회견은 그 시작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기사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보복을 위한 문제제기가 얼마나 공익적이고 공정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KBS의 보도와 프로그램이 SBS에 대한 감정적 대응의 도구로 사용된다면 중계권 협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KBS에 대한 국민적 외면 또한 더욱 부채질할 것이 명약관화다. 온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천안함 침몰만 하더라도 KBS의 지나친 편성과 ‘오버’로 오히려 반감과 KBS에 대한 불신을 불러오고 있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옛 속담을 김인규 사장이 되새기길 바란다.

지금 KBS가 올인할 대상은 월드컵이 아니다. 월드컵이 올해만 개최되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중계하지 못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KBS는 정권의 도구가 아닌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KBS가 가야 할 정도다.

2010년 4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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