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여론조사를 해선 안 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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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여론조사를 해선 안 될 이유
[김주완의 지역이야기]
  •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
  • 승인 2010.04.1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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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방송사와 신문이 앞다퉈 예비후보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KBS창원과 마산·진주MBC는 후보군이 정해지지도 않은 지난 2월에 성급한 조사를 했고, <경남신문>도 아직 정당 공천 후보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내가 볼 때 언론의 선거보도 가운데 가장 잘못된 게 바로 이 여론조사 보도다. 특히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여론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 지난 4월 5일 경남신문이 발표한 통합 창원시장 후보 여론조사 결과.
한 번 따져보자. 전국의 모든 시장·군수 선거구에서 현직 단체장이 1등을 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가? 만일 있다면 현직이 출마하지 않는 곳이거나 다른 특수한 경우뿐일 것이다. 다시 말해 백발백중 현직단체장이 무조건 앞설 수밖에 없는 게 지방선거 여론조사라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유권자들이 현직 시장이나 군수 외에는 다른 예비후보의 이름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내 주변에는 자기가 사는 지역의 시장·군수 이름을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을 쭉 늘어놓고 누굴 지지하겠느냐고 묻는 여론조사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ARS조사에서 응답률이 고작 5% 정도밖에 안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못해 응답한 5% 중에서도 ‘잘 모르겠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경우도 많다. 나머지는 그냥 ‘겐또(대충 찍는다는 뜻의 일본말)’를 때리거나 한 번이라도 이름이 귀에 익은 사람을 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식의 여론조사는 아무리 좋게 봐준다 해도 ‘지지도 조사’가 아닌 ‘인지도 조사’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조사에선 무조건 인지도가 조금이라도 높은 ‘현직’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선거철이 되면 거의 모든 신문·방송사가 경쟁이라도 하듯 여론조사에 매달린다. 조사 비용도 제값을 주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조사업체도 자기들 홍보와 실적을 위해 거의 공짜수준으로 언론사 여론조사를 해준다.

이 때문에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언론사들은 현직 단체장의 선거운동을 앞장서 해주는 셈이 된다. 본선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를 발표해놓고, 그 판세를 투표일까지 고착화시켜버리는 짓을 언론사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될 사람’이 아니라 ‘되어야 할 사람’을 뽑는 선거의 기본명제에도 맞지 않다.

더 난센스는 각 정당에서 행해지는 ‘여론조사 경선’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어떻게 정당의 경선이 될 수 있나. 경선이란 그야말로 당원들이 투표로 해야 하는 게 정석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애초에 정당은 왜 만들고 공천은 왜 하나. 언론은 오히려 정당정치의 근본에도 맞지 않는 비민주적 정당 공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비판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은 국회의원들이 한 몫 잡는 대목이자, 비리의 온상이다. 단체장은 물론 기초의원까지 정당 공천을 하도록 선거법을 만든 것은 여야를 초월한 국회의원들의 그런 탐욕이 야합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지역언론과 시민단체는 그런 정당 공천 과정의 음습한 이면을 집중 감시해야 한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언론과 시민단체는 정당 공천과정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착각 같은 걸 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정당들은 해마다 수십 억에서 수백 억의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그게 다 우리 세금이다. 따라서 정당이 민주적인 경선절차를 거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언론과 시민단체가 당연히 해야 할 요구다.

▲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

또한 언론과 시민단체는 여론조사에 대해 비정상적인 신뢰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그게 민주적이라고 착각하기까지 한다. 아예 여론조사조차 못하게 했던 박정희·전두환 독재에 길들여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론조사를 경선이라 우기는 것이나 기득권자가 가진 인지도를 지지도라고 우기는 것만큼 반민주적인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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