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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호 논설위원, 김재철에 쓴소리…“황희만 임명, 조삼모사”

“토해낼 수 없는 뭔가가 걸려있는 느낌이다. 울렁거림을 참을 수 없어 손가락을 쑤셔 넣어도 올라오지 않는, 그 무엇의 정체를 모르겠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김재철 사장의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MBC 간부급 사원들의 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로기자인 이우호 논설위원이 김재철 사장에게 노조와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 김재철 사장에게 쓴소리를 한 이우호 MBC 논설위원. ⓒMBC
이우호 논설위원은 18일 새벽 MBC 사내게시판에 ‘아직도, 꿈을 꿉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와 경찰력 투입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우호 논설위원은 황희만 부사장과 입사동기로 보도국 내에서 가장 신망 받는 기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얼마 전 폴란드 대통령을 태운 항공기가 어이없는 추락 참사를 당했을 때, ‘폴란드는 사람으로 치자면 팔자가 참 사나운 나라다’ 그렇게 중얼거린 적이 있다”며 “그러고 보니 MBC란 회사도 사람으로 치자면, 참 팔자가 사나운 직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내에 공권력까지 투입됐던 1992년 파업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경찰병력에 점령된 회사를 떠나 KBS 노조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눈치 밥 얻어먹으며 파업 특보 찍어내던 일, 여의도 집시가 되어 고수부지를 떠돌던 조합원들에게 막 찍어낸 특보 한 꾸러미씩을 나눠주던 일”을 차례로 회상하며 “거리로 ‘배달 투쟁’에 나섰던 고마운 고참 조합원들 중에는 김재철 선배도 있었다”고 추억했다.

그는 이어 김재철 사장의 2012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경남 사천 시내에 걸린 ‘김재철 MBC 사장 선임을 축하합니다’란 현수막을 가리켜 “복국집 주인이나 동창회 사람들의 ‘소박한’ 생각과는 달리, 깃발은 천리 밖 서울 MBC 사원들에게 자괴감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김재철 선배께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고 운을 뗀 그는 “다른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혹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황희만 이사 부사장 임명과 그 이후의 해명은 구성원들에게 ‘조삼모사’로 느껴질 뿐”이라며 “조삼모사의 고사에 나오는 그대로, 아침에 셋, 저녁에 넷, 하니 좋다고 키득거리는 원숭이와 우리가 뭐가 다른가, 하는 심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저 역시 마찬가지”라고 개탄했다.

또한 그는 “취재와 제작 현장에서, 편집실과 스튜디오에서 밤샘 일을 하던 사원들의 자존심이 많이 망가졌을 것”이라며 “노동조합과의 힘겨루기 문제가 아니다. 하루속히 사원들의 모멸감을 씻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월요일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큰 충돌이 시작될 거란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18년 전 그날, 심장이 멎을 것 같았던, 전쟁터와 다름없던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팔자 사납기가 폴란드와 닮았다는, 넋 잃은 절규가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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