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만 카드’ 고집하는 김재철 사장 고립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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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만 카드’ 고집하는 김재철 사장 고립되나
간부급 사원 비판, 보직부장들마저 등 돌려…‘결자해지’ 촉구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4.21 0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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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성 출국' 의혹을 샀던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MBC노동조합
황희만 MBC 부사장. ⓒMBCD

MBC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국장급인 84년도 입사자들의 성명을 시작으로 85,87사번 등 부장급 사원들이 릴레이 성명을 통해 김재철 사장의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등 내부 압박이 거세다. MBC 사측은 ‘일부가 사번을 도용했다’면서 성명의 의미를 축소했지만, 이후에도 간부급의 성명이 이어지면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통상 ‘사측’으로 분류되는 보직부장들마저 등을 돌리면서 김재철 사장이 점차 고립되는 형국이다.

“황희만 임명 철회, 김우룡 즉시 고소하라”

TV제작본부 드라마국·예능국·시사교양국·영상미술센터 소속 보직부장 12명은 지난 16일 기명으로 성명을 내고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김재철 사장이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보직부장들이 이름을 걸고 사장을 비판한 것은 MBC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이들은 “황희만 부사장의 임명을 철회하고, 노조와 적극 대화에 나서 달라”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단호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 황희만 MBC 부사장. ⓒMBC
87사번 부장급 사원 38명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큰집’ 발언과 관련한 진상 규명과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MBC 인사에 권력 상층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은 김 사장과 MBC의 명예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국민들은 그 진상에 대해 명확하고 투명하게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김 전 이사장에 대한 고소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직자를 제외한 85사번들도 성명서에서 “이번 사태는 사장에 대한 신뢰의 상실에서 비롯된 만큼 해결의 책임 또한 전적으로 김재철 사장에게 있다”며 “김재철 사장은 김우룡을 즉시 고소하고 황희만 부사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원로기자의 쓴소리도 눈길을 끌었다. 김재철 사장의 보도국 2년 후배이자 황희만 부사장과 입사 동기인 이우호 논설위원은 지난 18일 새벽 사내 인트라넷에 ‘아직도, 꿈을 꿉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다른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혹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황희만 이사 부사장 임명과 그 이후의 해명은 구성원들에게 ‘조삼모사’로 느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취재와 제작 현장에서, 편집실과 스튜디오에서 밤샘 일을 하던 사원들의 자존심이 많이 망가졌을 것”이라며 “노동조합과의 힘겨루기 문제가 아니다. 하루속히 사원들의 모멸감을 씻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희만 부사장 카드’ 버릴 수 없는 이유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와 김우룡 전 이사장 고소 이행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김우룡 전 이사장의 ‘큰집 조인트’ 발언에 대해 “가장 피해를 받은 사람은 저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노조가 파업을 풀지 않는 한 고소 또한 이행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황희만 부사장 건에 대해서도 “노조와 합의했을 땐 보도본부장이 안 된다는 거였지, 부사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며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MBC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지난 2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노조가 파업을 풀면 황희만 부사장에게 경영 부문을 맡기고 보도와 제작을 담당하는 부사장을 따로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재철 사장이 ‘황희만 부사장 카드’를 끝까지 고집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MBC노조는 “MBC 구성원들을 정말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놀아나는 원숭이’로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그렇게 억지를 쓰면서까지 황희만을 살려 두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그 배후 세력은 누군지가 더 궁금할 뿐”이라고 성토했다.  

▲ '도피성 출국' 의혹을 샀던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MBC노동조합
이들은 이어 “기형적인 2인 부사장제는 청와대 ‘보도 총독’으로 MBC에 투입된 황희만이 김재철 못지않은 ‘단단한 줄’을 잡고 있고, MBC 장악 과정에서 부여 받은 임무 또한 막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반증하는 것”이라며 “황희만이 잡고 있는 줄이 그의 익산 남성고 선배이자 ‘MB의 영원한 집사’ 김백준이든, MB와 친분이 두터운 교회 목사이든, 정권 최대 실세인 ‘형님’이든, 우리는 그 실체를 반드시 밝혀내 낱낱이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일 미국으로 전격 출국, ‘도피성’이라는 의혹을 샀던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20일 귀국하면서 ‘큰집’ 발언과 관련한 진상 규명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방송장악저지 특위는 21일 회의를 열어 MBC 사태에 관한 청문회를 요구하고, 언론단체들과 함께 김우룡 전 이사장의 집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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