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정권, 프랑스 텔레비지옹 접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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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공중파 방송인 프랑스 텔레비지옹은 지난 13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자사의 광고편성권을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광고편성권 매각 투표에서 임원 15명 중 10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매각 주장을 굽히지 않은 5명은 정부 측 인사들이었다. 광고편성권 매각 여부는 단순히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까롤리스 프랑스 텔레비지옹 사장이 방송사 개편을 원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보내는 정치적 항의의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다.

▲ 사르코지 대통령.

지난해 1월부터 프랑스 공중파 TV인 France 2, 3, 4, 5와 RFO에서는 저녁 8시 이후부터 광고가 전면 금지됐다. 공중파 광고 폐지 방침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한 정책으로, 많은 논란 끝에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물론 광고폐지안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공중파 방송을 기업들의 영향 없이 공공자금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수입원을 정부에 의존하게 되면 정부의 입김이 드세질 것이라는 우려에는 시원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사안이 더욱 민감한 것은,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사장 자리가 정부 측 인사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까롤리스 사장의 임기는 올해 8월까지로 다음 사장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측근이 임명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5개 채널을 거머쥐는 프랑스 텔레비지옹 사장 자리는 관례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은 법적 권한을 내세워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임명할 분위기다. 지난해 5월 이미 라디오 프랑스의 사장으로 장-뤽 에스를 임명했던 전례도 있다.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차기 사장 내정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라디오 방송인 유럽 1의 대표 알렉산드르 봉파르란 인물이다.

당연히 반발이 뒤따르고 있다. 온라인 신문 <미디어파트>는 앞장서서 사장 내정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엘리제궁은 지난 11일,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후임 사장에 대해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미디어파트>를 겨냥한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임명 절차와 일정을 준수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박사과정

그러나 <미디어파트>는 지난 14일 “사장교체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방송 정책에 비판적인 현재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사장을 대통령 측 인사로 바꾸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봉파르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방송사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 인사들과도 긴밀한 관계에 있다”며 정부의 방송사 구조개편 의도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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