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권 논란의 쟁점은 뭘까. 과연 방송사들은 그들의 주장대로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 KBS는 지난 23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월드컵 중계권 문제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한 세미나’라는 부제가 붙은 이날 토론회는 언론학자와 KBS·MBC 스포츠국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SBS 관계자가 불참한 가운데 독점중계를 일방 성토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참석자 대다수는 ‘나름의’ 대안으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날 토론회는 당장 눈앞에 다가온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 다툼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토론에 참여한 학자들은 스포츠이벤트 중계권의 구조적 문제부터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원론적 접근까지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하지만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중계권 논란’의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는 “방송사들이 서로 ‘합의’을 깼다고 싸우면서, 불신비용이 굉장히 높아졌다. 결국 FIFA(국제축구연맹)나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 늘어난 것”이라며 “특정사가 3번 연속 독점중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경쟁논리를 견제하면 불신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해룡 성균관대 교수는 “FIFA와 IOC는 아시아 지역 미디어시장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큰 것처럼 부풀려 중계권료 폭등에 시동을 걸었다”며 “1차적으로 이런 글로벌 미디어전략에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동섭 한양대 교수는 “중계권 문제로 보편적 시청권 논의가 불거졌는데, 이 문제의 핵심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며 “보편적 시청권은 기본적으로 ‘무료’여야 한다. 지불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를 맡은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오늘 토론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길 기대한다”며 “그것은 방송 3사의 이익이 아닌 시청자의 몫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