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끝은 없어…100살 되면 은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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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끝은 없어…100살 되면 은퇴할 것”
[인터뷰]정년퇴직 앞두고 특집극 연출한 운군일 SBS 제작위원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4.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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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7일 SBS에서 방송될 희망TV 특집드라마 〈사랑의 기적〉은 여러모로 화제가 되는 작품이다. 우선 연기자들이 출연료를 전액 기부한다는 점이 그렇고,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운군일 PD가 직접 극본을 썼다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모은다. 영화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야 흔하지만 드라마 PD가 극본을 집필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의 기적〉은 운군일 PD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연출하는 작품이라는 의미도 있다. 운군일 PD는 오는 6월 30일 만 58세의 나이로 정년퇴직 한다. 지난 1977년 TBC(동양방송)에서 PD 생활을 시작한 지 33년 만이다. 하지만 운 PD는 ‘은퇴작’이라거나 ‘마지막’이라는 말을 한사코 거부했다. 그는 “영원한 끝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드라마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언제까지 연출을 할 수 있을까’ 자문자답하는 자체가 나에게는 우문이다. 어느 날인가 그만 두고 싶을 때가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숨 쉬고 심장이 뛰고 있는데 언제 심장을 멈추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서 계속 하려고 한다.”

▲ 경상남도 통영에서 '사랑의 기적'을 촬영 중인 운군일 PD의 모습. ⓒSBS
돌아보면 지난 33년간 그는 언제나 드라마와 함께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심청전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은 뒤부터 오직 PD만을 꿈꿔왔다는 그는 TBC에서 KBS, SBS로 자리를 옮기는 동안에도 부서 한번 바꾼 적 없이 드라마 PD로만 일해 왔다. 또 2년간 드라마국장을 지낸 뒤에도 어김없이 현장으로 돌아가 〈황금신부〉를 연출했다. 그리고 정년퇴임을 2개월 남겨둔 지금, 편하게 책상을 정리할 시간에 그는 굳이 극본까지 직접 쓰며 현장에서 뛰고 있다. 이유를 묻자,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내가 PD니까.”

‘PD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하는 그는 33년 만에 처음으로 대본을 쓰면서도 결코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을 꼬박 매달려 완성해 낸 두 권짜리 대본을 선물처럼 건네며 그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다”고 흡족하듯 말했다.

운 PD가 기획의도부터 모든 대사까지 직접 쓴 〈사랑의 기적〉은 “벼랑 끝에 놓인 두 남녀가 사랑을 통해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그는 “천사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랑의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면서 작품을 소개했다.

〈사랑의 기적〉은 특히 연기자들이 출연료 전액을, 스태프가 단역으로 출연하며 ‘재능’을 기부한 드라마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스태프들이 주점 손님, 행인, 경찰 등 다양한 단역으로 출연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부란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주는 사람도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도 기적을 만들고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 〈사랑이 꽃피는 나무〉부터 SBS 〈두려움 없는 사랑〉을 거쳐 〈사랑의 기적〉에 이르기까지, 그는 드라마를 통해 늘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강조해 왔다. 그는 “삶을 밝고 옳고 바른 쪽으로 이끌어가는 그 무엇”이 바로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 다음달 7일 방송될 SBS 희망TV 특집드라마 '사랑의 기적'. 주인공인 정유석(왼쪽)과 한여운이 출연료 전액을 기부하기로 해 화제다. ⓒSBS
그런 그가 특별히 감사하게 여기는 사랑은 바로 시청자들로부터 받는 사랑이다. 그는 “시청자 없이 어떻게 PD가 존재하고 배우나 스태프가 존재할 수 있나”라며 “PD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축복받은 재능이자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시청자는 왕”이라는 ‘PD론’을 펼치는 그는 종종 농담 삼아 “100살까지 연출할 것”이라고 말한다. 30년 후배에게도 ‘100살에 은퇴할 테니 네가 71살 됐을 때 조연출 잘 해야 한다. 무릎이 시원찮다거나 칠순잔치 한다고 늦게 오면 안 된다’고 단단히 마음가짐을 시키곤 한다. 그의 말이 꼭 농담처럼 들리지만은 않는 것은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결승선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의 기적〉은?

SBS 희망TV 특집 드라마 〈사랑의 기적〉은 해군 UDT 출신으로 수중 폭파 작업 도중 불의의 사고로 청력을 잃은 남자와 사채 빚에 시달리다 끝내 심장병으로 생을 마감하는 여자가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통영의 동피랑을 주 무대로 제작됐다.

〈사랑의 기적〉은 새로운 개념의 ‘기부드라마’로 제작단계부터 이미 화제를 모았다. 연기자들이 출연료를, 스태프들이 ‘재능’을 기부하며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는 것.

먼저 연출을 맡은 운군일 PD가 드라마 극본을 직접 집필하며 극본료를 내놓았고,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정유석과 여주인공 한여운 등 연기자들도 출연료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또 여기에 감동받은 스태프들이 대거 무보수로 단역 출연하며 제작비를 아꼈다는 후문이다. 조연출인 오충환 PD가 형사로 출연하고, 홍보팀의 사진 담당자가 사진작가로 즉석 출연하는 등 스태프들의 ‘재능’ 기부가 드라마를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랑의 기적〉은 SBS의 소외계층 지원 캠페인 ‘희망TV’ 주간에 특별 편성되어 다음달 7일 저녁 8시 50분 1,2부 연속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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