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이 ‘PD수첩’ 방송 가능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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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스폰서’ 방송 외압 없어…김재철 “회사에 도움” 생색

전·현직 검사들의 향응 및 성 접대 의혹을 보도한 MBC 〈PD수첩〉의 파장이 크다. 지난 20일 방송된 〈PD수첩〉 ‘검사와 스폰서’편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초 ‘법의 날’을 맞아 사법 개혁을 주제로 한 2부작 특집을 준비 중이던 제작진은 올해 초 정모씨로부터 관련 제보와 ‘접대 문건’을 확보하면서 이른바 스폰서 의혹을 폭로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정권의 낙하산’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어떻게 이 같은 방송이 가능했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의문과는 반대로 이번 〈PD수첩〉 ‘검사와 스폰서’편이 방송되기까지 MBC 안팎에서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에선 방송 전부터 상황을 예의주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송에서 실명이 공개된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사전에 방송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을 뿐, 이렇다 할 대응은 없었다. 자칫 ‘외압’ 논란으로 파문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MBC 경영진에서도 방송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일 방송을 앞두고 가진 시사회에서도 특별한 지적사항은 없었다. 선임자 노조 출신인 시사교양국장 역시 방송 내용에 대해 전혀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맡은 최승호 PD는 “내부적으로 당연히 (방송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김재철 사장도 지난 23일 MBC 본사로 출근을 시도해 국장단과 인사를 나누면서 “나는 〈PD수첩〉에 한 마디도 안 했다. 오히려 회사의 명예에 얼마나 도움이 됐나”라며 자랑하듯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PD수첩〉 방송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에 대해 많은 이들이 ‘노조의 파업’을 첫 손으로 꼽고 있다. MBC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김재철 사장이 약한 것이 아니라 방송을 지키기 위한 MBC 구성원들이 강한 것”이라며 “노조의 투쟁이 이번 방송을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업은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승호 PD는 지난 20일 방송 직후 다시 부산에 내려가 제보자 정모씨를 인터뷰하는 등 추가 취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속 방송 여부와 관련해서 〈PD수첩〉 담당 김태현 부장은 “당장은 계획이 없다”면서 “검찰이 자체조사에 들어갔으니, 그 결과를 보면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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