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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징계에 ‘돈줄 말리기’까지…‘최악의 사태’ 예상도

김재철 사장이 마침내 MBC노조를 향해 칼을 뽑아들었다.

그동안 업무복귀를 재차 명령하며 민·형사상 조치를 구두로 경고해 왔던 김재철 사장은 지난 27일 이근행 본부장을 비롯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 집행부 13인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출근저지 투쟁에 대해선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절대 굴복은 없다”며 ‘2단계 투쟁’ 돌입을 선포함에 따라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다.

김재철 사장의 무더기 고소 및 징계방침에 대해 MBC노조에선 “예상했던 수순”으로 보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앞서 지난 26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사내메일과 노조 측에 보낸 공문을 통해 ‘27일 오전 9시까지 업무에 복귀하라’고 명령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조치는 물론 사규에 따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사장은 이전에도 세 차례가량 업무복귀를 명령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업무복귀 시한을 적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한 MBC측은 그동안 노조의 김재철 사장 출근저지 과정에서 고소·고발을 대비해 채증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매일 오전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저지에 가로막혀 번번이 발길을 돌렸다.

▲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을 비판해 왔던 김재철 사장은 지난 26일부터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PD저널
특히 초반만 해도 “정치투쟁을 중단하라”며 노조를 비판해온 김재철 사장이 ‘최후통첩’을 보낸 지난 26일부터 태도를 바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MBC 방송센터 주차장에 들어선 뒤 노조와 4~5분가량 대치하다 말없이 사라지는 식이다. 이세훈 MBC노조 교섭쟁의국장은 “입 닫고 귀 막고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라고 꼬집었다.

사측이 제기한 출근저지(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MBC노조는 과거 YTN 사례에 비춰 출근저지 1회당 500만원 또는 1000만원 등의 배상액을 책정, 거액의 손해배상을 묻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또 이번 달 기본급과 상여금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한 것은 물론, 한 번도 무노동 무임금 대상이 아니었던 조합 전임자에 대해서도 이번부터 적용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노조는 “파업이 길어질 경우 조합 전임자의 임금으로 모자라는 조합비를 채우려 했던 조합 집행부의 계획은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며 “조합의 돈줄까지 마르게 하려는 참으로 치졸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사측의 고소 및 징계방침에도 불구하고 MBC노조는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파업 4주차부터 서울 곳곳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투쟁 수위를 높인 상태다. 이근행 본부장이 지난 26일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조합원들의 단식 동참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 사측이 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27일 MBC노조가 집회를 통해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PD저널
이처럼 사측의 고소와 노조의 ‘2단계 투쟁’ 돌입으로 MBC사태가 보다 긴박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23일 보직 국장단을 만나 “나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사태 수습을 주문했으나, 실제로는 사태 해결을 위한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은 최근 여의도 MBC 방송센터 건너편에 위치한 KTB빌딩(옛 MBC 경영센터 건물) 8층에 집무실을 마련, 사실상 ‘장기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또한 김재철 사장이 공공연하게 “MBC노조 불패신화를 깨야 한다”고 강조하며 타협 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은 물론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고소 이행을 촉구하고 있어 양측히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한편 MBC노조의 파업 장기화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 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MBC노조에는 현물과 현금 등 각종 지지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PD수첩〉 방송 이후 시민들의 성금이 쏟아지면서 지난 26일까지 MBC 안팎에서 보내온 지지 성금은 6300만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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