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자유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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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자유케 하라!
[PD의 눈]
  • 김욱한 포항MBC 제작팀장
  • 승인 2010.04.28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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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참으로 뜨겁고 어렵고 슬프고 화나는 말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 또 보는 위치에 따라서 혁명의 기치가 되기고 하고 반동의 앞잡이가 되기도 하는 불가해한 상징을 지닌 말이 ‘자유’가 아닐까? 봉건 왕조를 무너뜨렸던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에서 자유는 〈프랑스 인권 선언〉의 전체를 관통하는 시대적 열망이자 인류 진보의 핵심 테제였을 터이다. 물론 그 이전 미국 독립 혁명의 역사도 자유주의 사상의 밑거름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근대 시민 사회가 200년 전부터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자유’는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 위에서 세워졌던 거대한 사상적 정치적 보루였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라는 말이 주는 반동적이고 퇴행적인 어감의 기원도 기실 프랑스 대혁명과 시대를 같이 한다. 반혁명의 보수적인 신성동맹 세력들은 자유주의자들과 손잡고 변혁과 진보의 열망을 무자비하게 진압 혹은 탄압한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자유는 권력과 자본을 가진 기득권자들의 자유일 뿐임을 알아채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21세기.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이 ‘자유’의 유전적 형질까지 개량해버리는 자본의 횡포를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그러면 2010년의 대한민국에서 자유는 어떤 의미일까? 1789년 프랑스 인권 선언에서 주창되었던 자유가 20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겐 아직도 닿을 수 없는 요원한 유토피아로 격리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종교의 자유와 정치적 탄압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 이 모든 자유를 우리가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일반 시민은 고사하고 종교인에게까지 정치권력의 주구가 협박을 일삼는 나라에서 종교의 자유는 없다. 정치적 탄압을 위해 ‘떡검’과 ‘색검’을 태연자약하게 동원하는 권력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정치적 자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공영 방송의 수장을 대놓고 갈아 치우고 쪼인트 까는 나라에서 언론의 자유가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공화제를 근간으로 하는 모든 입헌국가가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언론 자유의 권리가 G20을 선도하는 국격(?)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쪼인트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코미디로 전락하고 있으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희비극이 따로 없다. 200년 전에 서구 근대 사회가 정립한 3대 자유가 통하지 않는 이 야만의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절망스럽지만 말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케 하는 자유”라는 신홍범 두레출판사 대표(한겨레 24일자 기사 중)의 말처럼, 아직 언론의 자유는 면면히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MBC 노동조합의 파업이 우리 역사에서 가지는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언론의 자유를 잃으면 모든 자유를 잃는 것이다.

▲ 김욱한 포항MBC 제작팀장

희망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올해 최고의 흥행을 예감케 하는 작품의 등장에 박수를 보내면서 마무리 한다. 〈PD수첩〉 연출에 ‘색검’ 주연의 대박 블록버스터 작품을 보면서 국민들은 왜 〈PD수첩〉이 필요한지 절절히 느꼈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바로 이래서 필요하다는 것을, 바로 이렇게 완성된다는 것을, 바로 이것이라는 것을 PD수첩이 보여줬다. 눈물 콧물 가래까지 다 빠질 정도로 재밌고 슬프고 무서운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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