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smark0|권목사님. |contsmark1|어느덧 봄꽃도 다 지나고 이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신록의 아름다움이 한껏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렇듯 시간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계절의 색깔이 조물주의 큰 뜻을 알려주는 듯 하여 이 봄, 더욱 마음이 삼가 집니다. |contsmark2| |contsmark3| |contsmark4|작년 10월 초였던가요. 이 땅이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이 땅에 하느님의 사랑을 꽃피우기 위해 지난 8년, 권목사님과 함께 노력하던 방송동지들이 현업일터를 떠나 일손을 놓은 게. 그리고 벌써 일곱 달이 지났습니다. |contsmark5| |contsmark6| |contsmark7|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 마이크를 놓고 떠나 있어야 했던 이백여 방송인들은 아마도 수 십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 때문이 아니라, 47년 동안 아끼고 사랑하며 키워온 방송 일터를 떠나있어야 하는 안타까움에 떨며, 가슴이 더욱 시렸을 것입니다. |contsmark8| |contsmark9| |contsmark10|그곳이 어떤 곳이던가요. 지난 70, 80년대, 서슬 퍼런 철권통치의 총칼 아래서도 생명의 소리를 방송하던, 척박한 이 땅 민주주의의 참 보루가 아니었던가요. 하느님의 참 소리를 담아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나눠주고, 지펴주던 곳 아니던가요. |contsmark11| |contsmark12| |contsmark13|비록 제가 태어나기 전이었기에 직접 듣고 보지는 못했지만 1954년 cbs의 첫 전파가 울려퍼질 때, 그 당시의 방송선배들은 얼마나 가슴이 벅차 올랐을까요. |contsmark14| |contsmark15| |contsmark16|아마 예수그리스도의 재림을 꿈꾸며 이 땅에 그리스도의 천년왕국 건설을 위한 첫 주춧돌을 놓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contsmark17| |contsmark18| |contsmark19|그 初發心의 마음이 후배들에게 이어져 유신의 칼바람도 5공화국의 총바람도 꿋꿋하게 이겨내며, 단 하나 양심의 소리로서 방송의 존재를 증거해 온 것일 겁니다. |contsmark20| |contsmark21| |contsmark22|그래서 기독교인이건, 저와 같은 타종교인이건 상관없이 진실의 소리에 굶주려 할 때 조용히 귀기울이며 밝은 민주의 새벽을 꿈꾸고 어둠을 견뎌낼 수 있었을 겁니다. |contsmark23| |contsmark24| |contsmark25|아마 권목사님도 당시의 어려웠던 cbs에 보이지 않는 큰 힘으로 버팀목이 돼 주셨었겠죠. 그리고 이 땅의 평화와 사랑을 그리며 새벽이 동터오길 기도하셨었겠죠. |contsmark26| |contsmark27| |contsmark28|이제 우리는 더 이상 총, 칼 아래 무릎 꿇는 방송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더 이상 특정한 누구의 눈치를 보며 방송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contsmark29| |contsmark30| |contsmark31|떳떳하게 이 세상을 위해, 그리고 하느님의 福音을 위해 방송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예수그리스도의 그 크신 사랑을 전하는 방송을 말입니다. |contsmark32| |contsmark33| |contsmark34|권목사님. 님께서 cbs의 발전을 위해 해놓은 일도 많더군요. 이제 전국 어디서든 사랑의 소리, 희망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또 음악 fm방송도 생겼으니까요. |contsmark35| |contsmark36| |contsmark37|양적으로 참 많이 성장했더군요. 이미 방송의 질적인 면에서는 암흑의 시대를 밝게 비추며 헤쳐나온 전력이 있기에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만은 지금도 각종 방송프로그램 시상을 눈여겨보면 cbs의 동료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contsmark38| |contsmark39| |contsmark40|그것은 바로 47년 전통이 살아 있는, 최초의 민간방송이라는 자긍심이 바탕 되어 청취자들과 하나 된 결과물이겠죠. |contsmark41| |contsmark42| |contsmark43|그래서 苦言을 드립니다. 권목사님, 이제 cbs는 더 이상 파행방송해선 안되겠습니다. 왜냐하면 cbs가 첫 전파를 울릴 때 가슴 깊이 새겼던 그 初發心을 잊지 않아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contsmark44| |contsmark45| |contsmark46|지금 현업을 떠나 마음 아파하고 있는 방송동료들에게 그들의 일터를 되돌려주십시오. 그것은 단지 파업을 하고 있는 그들만을 위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contsmark47| |contsmark48| |contsmark49|바로 방송을 듣고 누리는 우리의 청취자들을 먼저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그러한 마음이 cbs의 初發心이기도 하고요. 그 초발심을 가슴에 담아 이어온 선배, 후배들이 제 자리에 있어야 할 방송이기 때문입니다. |contsmark50| |contsmark51| |contsmark52|여기에는 그 어떤 정략적인 당파적인 생각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初心을 갖고 조용히 뒤로 물러나 앉아 계시면 됩니다. |contsmark53| |contsmark54| |contsmark55|어차피 방송의 주인은 청취자이니까요.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의 복음을 갈구하는 사랑스런 우리의 소중한 이웃들 말입니다. 목사님의 지혜를 懇求합니다. |contsmark56| |contsmark57| |contsmark58|※ cbs노조원들을 돕는 모금운동에 방송동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합니다. |contsmark59||contsmark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