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초강수’에도 MBC 파업열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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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동조단식 돌입…“언론인 못 되도 추한 선배 되지 말아야”

김재철 사장이 파업 중인 MBC노조 집행부를 집단 고소하고 잇단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노조의 파업 열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한지 오늘(29일)로 25일째. 파업 첫날인 지난 5일 507명이었던 파업 참여 인원은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668명까지 늘어났다. 또한 이근행 본부장이 나흘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합원 23명이 29일부터 자발적으로 동조 단식에 들어가는 등 투쟁 열기가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 나흘째 단식 투쟁 중인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 ⓒPD저널
“김재철, 당신은 이미 사장이 아니다”

〈북극의 눈물〉의 조준묵 PD 등 23인은 이날 동조 단식에 들어가며 성명을 내고 “사람은 못 되도 짐승은 되지 말아야 하듯, 언론인은 못 되도 추한 선배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사랑하는 MBC’라는 말을 하고, ‘MBC에서 30년을 근무한 것을 자랑스럽다’고 말 하는 사람이 허언으로 스스로가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방송을 할 후배들을 거리로 내몰고, 후배들을 고소하고, 임금으로 협박하면서까지 김우룡 이사장 시절에 등장해 결국 전임 사장을 내쫓는 구실이 된 인물 황희만을, ‘꼭’ 이 사람을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 ‘이유’가 “VIP의 생각과 지시” 때문이냐고 거듭 물었다.

이어 “사장의 인사권 행사에 대한 노조의 불법 파업이라는 말을 했다. 그럼 그렇게 MBC 사장의 인사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김우룡의 인사권 침해에 대해서는 무엇을 했나? 약속한 김우룡 고소는 물론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김재철 사장이 “강성 MBC 노조 불패의 신화를 깨주겠다”고 운운한데 대해서도 “MBC 30년 다니신 분의 말과 행동과 생각이 겨우 이거냐”며 “차라리 ‘큰 집’ 모임에서 주워듣고 외워 한 말들이라고, 선임자 노조에서 들은 말이라 말했으면 좋겠다. MBC 기자 30년 운운하는 사람의 머리에서,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사장님 얼굴이 화면에 등장할 때 마다, 입을 여는 순간마다 MBC 로비를 채우고 있는 650명 후배들의 입에서 탄식과 웃음이 나온다”며 “후배들의 머릿속에서 김재철은 이미 사장이 아니다. 사장실에 앉아있어도 사장이 아니다. MBC 역사 속에서 김재철은 단지 한줄, 두 달 사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역 MBC 사장도 참석 안한 사천 통합 신청사 개청식에 참가하고, MBC 사장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이 매주 사천에 내려가고, 환영 플래카드가 걸리고, 등산모임 만들고, 지역 MBC 사장 하면서 고향 사람들 버스 대절해서 부르고, 먹고 마시고 재워주고… 회사 밖으로 돌던 사장님이 드디어 아침에 회사를 찾았을 때, 저희는 무슨 말을 꺼낼까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3일 내내 사장이라는 사람은 정치 투쟁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언론인이 언론인답게 굴자고 하는 투쟁은 정치 투쟁이고 사천 귀향은 단지 수구초심입니까?”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그렇게 오매불망 잊지 못하고 사랑하는 고향 사천에 가서 정치하시길 바란다”며 “비겁하게 총선까지 비어있는 기간 동안 MBC 사장하면서 경력도 쌓고, MBC를 지렛대 삼아 당신의 피의 순수성을 보여주는,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길 생각은 마시라”고 일갈했다.

김재철 사장, 지역MBC까지 압박…노조 수사 ‘초고속’ 진행

▲ 김재철 MBC사장은 노조의 출근저지로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PD저널
한편 MBC 사측은 29일 회사 특보를 통해 “물리력을 동원해 프로그램을 결방시키면서 시청자를 볼모로 잡는 노조의 주장은 수용하지 않겠다”며 “이번만큼은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 간부 13명을 대상으로 한 고소 절차도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MBC노조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6시 고소장을 접수한 영등포경찰서는 다음날인 28일 오전 MBC 총무부장을 상대로 고소인 조사를 벌인데 이어 피고소인 신분인 노조 간부들에게도 같은 날 전화를 걸어 소환 일자를 조율하자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5월엔 선거사범 수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혀 소환 통보와 체포영장 발부 등의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MBC노조는 “김재철을 완전히 몰아낼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초저속 수사가 될 수 있도록 지혜롭게 대응할 것”이라며 “새벽시간 기습적으로 이근행 위원장을 강제 연행할 것에 대비해 철야 사수조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재철 사장은 지난 27일 각 지역사에 “파업 주도자에 대해 이번 주 중으로 형사 고소와 손배소를 제기하라”며 지역 MBC에 대해서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각 계열사의 파업 처리과정과 처리내용을 주시할 것”이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지역사 사장단은 29일 서울에서 회의를 열고 파업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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