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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을 위한 네트워킹

|contsmark0|4월 중순 연락이 뜸하던 후배 하나가 ‘한 번 보시죠‘라는 설명을 달랑 붙인 메일을 하나 보내왔는데 첨부한 파일은 그 용량이 제법 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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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이런 종류의 첨부 파일은 대체로 ‘18세 미만은 불가’라고 할 수 있는 말하자면 야한 동영상인 경우가 많았지만 그 후배는 그런 파일을 찾아서 보고 감상까지 적어서 보내올 정도로 이른바 속물이 아니었던 관계로 조심스레 지시한대로 ‘한 번 보기’ 위하여 파일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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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그리고 약 15분간 목젖이 아리도록 울컥거려 오는 것을 참으며 그 동영상을 보았다. 이른바 대우자동차노조 폭력사태의 현장을 담은 거칠고 건조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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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이른바 ‘대우차폭력진압’의 실상과 책임 유무를 감추고 떠넘기기 위한 공방이 아직도 정가와 언론에서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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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필자는 그 끝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감히 용기를 내어서 그 논쟁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오늘은 정말 기술이 인간을 위해서 이렇게 의미 있게 활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민주노총에서는 이른바 ‘비디오 천만 명 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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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사건이 난 이후에 민주노총 홈페이지 접속자수가 3일 만에 150만 명이 넘었다고도 전해지며, 또한 그 비디오를 보내 온 후배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그 참혹한 모습을 알리는 일을 한 사람들이 그 수를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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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따라서 적어도 민주노총이 전개하는 그 운동은 이미 목표한 숫자를 채우고도 남을 것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이것이 인터넷의 위력이다. 만인을 위한 네트워크의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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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한국현대사는 어쩌면 ‘서명운동’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수없이 많은 사건과 사태가 있었고 그 때마다 그 사건의 주역들은 대중적인 공감을 얻기 위하여 수없이 많이 ‘서명운동’을 전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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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그러나 장담컨대 그 모든 서명운동이 단 한 번도 목표한 숫자를 채울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서명운동들이 의미가 없던 저항행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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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나름대로 대중적인 공감을 얻는 경우도 있었고, 또 그 결과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잘 알려진 적도 있다. 그러나 모래알과도 같이 흩어져 있는 대중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동의와 공감’의 서명을 받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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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그런데 우리에게는 이제 인터넷이라는 24시간 내내 개설되어 있는 ‘상설서명대’가 있다. 5, 6공 때 아마 대우차 비디오가 인터넷으로 전달이 되고 있는 것을 정부가 알았다면 그 때 위정자들은 인터넷을 폐쇄시켜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때 보다는 나아지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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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그 동안 수 없이 실시해 온 길거리 서명운동이 아날로그 방식이었다면 민주노총의 ‘비디오 천만 명 보기운동’은 디지털 방식이다. 그렇다고 디지털이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고 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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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성장의 숨은 주역이었던 ‘오양’과 ‘백양’의 비디오처럼 인간을 황폐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인터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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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그러나 보수 언론들이 다른 일로 바빠서 차마 취재하지 못했던 그 현장에 카메라 한대 달랑 들고 카메라렌즈에 튀기는 피를 손으로 닦으며 담은 15분의 영상물을 인간의 숨결이 살아있는 인터넷을 통해 만방에 전달하였던 대우차 노조 영상패는 디지털이 인간성도 잃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를 진보하게 할 수 있다고 실증적으로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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