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파업 26일째인 지난달 30일. 120주년 노동절 전야제이기도 한 이날 저녁, 여의도 MBC 남문 앞 광장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나무와 화단 주변까지 사람들이 꽉 들어차 발도 디디기 힘들 정도였다.
MBC 파업 이후 네 번째로 열린 이날 ‘공영방송 MBC 지키기 촛불문화제’에는 2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한 눈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촛불을 들고 자리를 메운 시민들은 “전 국민이 응원한다. MBC를 지켜내자”고 외쳤다. 또 “MB의 아바타” 김재철 MBC 사장의 퇴진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록밴드 노브레인과 이한철, MBC 파업 프로젝트 밴드 ‘SPB’ 등의 다양한 무대로 꾸며지며 쌀쌀한 날씨에 열기를 더했다. 또 MBC 기자들이 파업의 이유와 파업 열기 등을 주제로 특별 제작한 10여분짜리의 ‘파업 뉴스데스크’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시민들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며 엄청난 몰입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와 당신’, ‘넌 내게 반했어’ 등 히트곡을 열창한 노브레인은 “김제동 선배가 멋진 선물을 했다는데 우리는 노래를 선물하겠다”면서 “MBC 여러분의 입에 자꾸 마스크를 씌우려 하는 것 같은데 마스크를 빨리 벗길 바라고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고조된 열기 속에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마이크를 잡은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우리의 싸움은 정권을 향한 것도, 단지 김재철을 몰아내려는 것도 아니다.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상식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임금 몇 프로 올리자고 한 파업이었으면 몇 주 못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행 본부장은 이어 “이명박 정권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이다. 우리는 그 권력이 어떻게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언론자유를 침해했는지 경험하고 있다”면서 “돌아오는 선거에서 올바르게 국민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민이 나서면 권력은 바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작은 싸움에서 졌다고 절망하지 말자. 계속 졌다고 절망하지 말자. 우리나라 역사가 그랬나? 계속 져서 이만큼의 나라가 됐나? 싸워서 이렇게 만들었다”면서 “일시적인 폭압을 이겨내고 MBC를 지키는 싸움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