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계…방송 3사 ‘시청자 복지’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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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다툼 가능성…전문가들 “‘보편적 시청권’ 기준 정립” 강조

내달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의 공동중계권을 놓고 KBS·MBC와 SBS가 진행해 온 협상이 중계권료와 중계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결렬됐다. 때문에 협상기간 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방송 3사간 법정 다툼 가능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을 둘러싼 논란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중계권 논란 결국 법정가나=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는 SBS와 KBS·MBC는 지난 3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중계권료와 중계방식에 대한 이견만을 확인한 협상 과정을 보고했다. 방송3사는 보고 이후에도 협상 결렬을 단정하긴 이르다며 마지막 끈을 놓지 않았지만, SBS가 단독중계를 선언하면서 법정다툼은 사실상 피할 수 없게 됐다.

그간 SBS는 가격협상의 여지는 남겨 두면서도 개막전·결승전·한국전·북한전 등 주요 경기의 단독중계 의지를 꺾지 않았다. 노영환 SBS 홍보팀장은 “우리는 협상과정에서 호주와 일본전을 양보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며 “KBS·MBC가 한국전·북한전을 현장중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중복 중계를 고집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 ⓒSBS
이에 KBS·MBC는 오프튜브(Off-Tube) 중계를 대안으로 내세우며 협상의 의지를 드러냈다. 오프튜브 중계는 현장 중계석이 아닌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경기 그림을 보면서 중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SBS는 오프튜브 중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98년 이후 AFC(아시아축구연맹) 소속 국가 경기는 현장 중계를 원칙으로 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국 모든 공은 방통위로 넘어갔다. 방통위는 방송 3사의 협상결과 보고서를 검토해 시정명령 불이행 여부를 판단,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방송사에 대해 3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릴 계획이다. 방통위는 금주 중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애매모호 ‘보편적 시청권’ 기준 정립할까= KBS·MBC는 방통위의 결정을 기다리면서도 SBS가 단독 중계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후의 대응책 논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달 방통위의 시정명령에 앞서 SBS 단독중계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정 다툼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던 KBS와 MBC는 다시금 소송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가 시정 명령 불이행에 따른 최대의 제재를 과징금 부과라고 밝힌 만큼, 방송사 자체적으로 그 이상의 대책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반면 SBS는 방통위의 과징금을 이미 각오한 모양새다. 방송가 안팎에선 SBS가 이미 과징금 부과의 상황을 상정, 협상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선 일련의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방송 3사가 저마다 내세우는 ‘시청자 복지론’에 의해 근본적인 문제, 즉 ‘보편적 시청권’의 정신에 대한 논의가 묻힐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는 “월드컵 단독중계라는 일 자체가 겪어보지 않은 초유의 사태이다 보니 그 결과와 영향은 예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KBS·MBC·SBS가 저마다 내세우는 시청자 복지론의 모범 답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문제가 재론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는 게 중요하다”며 편법 논란이 일고 있는 ‘보편적 시청권’ 도달률 산정 기준의 정립을 주장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월드컵 중계 문제만을 놓고 단타로 검토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핵심은 중계권 관련 논란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이후 동계올림픽, 월드컵으로 이어지며 반복·심화되는 데 있고, 여기서 법령의 한계와 이전투구만을 앞세우는 시장의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보편적 시청권 90%룰에서 중요한 것은 나머지 10%에 대한 구제”라며 “법 개정으로 무료 지상파, 2개 이상의 채널, 게임의 특정 등을 통해 애매모호할 여지 자체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정상 민주당 전문위원은 “WBC 중계권 논란 당시 즉각적인 중재에 나섰던 방통위가 동계올림픽에 이어 월드컵 중계권과 관련해선 유독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게 문제”라며 “시정명령 불이행 여부를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걸 넘어 직권 중재 등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법 개정과 관련한 논의는 그 다음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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