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그 효과’를 부른 영국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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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그 효과’를 부른 영국 TV토론
[글로벌] 영국= 장정훈 통신원
  • 영국=장정훈 통신원
  • 승인 2010.05.0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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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대세라고 한다. 현대인들은 TV보다 인터넷 앞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현저하게 많기 때문이다. 이를 아는 BBC 같은 방송국은 공중파 방송국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뉴미디어에 천문학적 자금을 퍼붓고 있다.

인터넷이 정치, 특히 선거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필자가 만난 한 보수당 여성 후보 역시 트위터와 블로그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이용해 표심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 TV는 그 역할을 인터넷에 물려주고 한발 뒤로 물러선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아닌 것 같다. TV가 이번 영국총선에서 인터넷이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 40대 초반의 신예 정치인 닉 클레그 영국 자유민주당 당수는 총선을 앞두고 영국 최초로 실시된 3당 TV토론을 통해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런던정경대학교(LSE)의 찰리 버켓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는 “TV가 뉴미디어다”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총선을 통해 전통적인 소통의 매체인 방송이 국민과 정치인을 이어주는 새로운 미디어 즉, 뉴미디어로 급부상을 했다는 것이다. 3대 주요정당 리더들 즉, 노동당, 보수당, 자유민주당의 TV 합동 토론을 통해서 말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http://www.charliebeckett.org)에서 “통상 선거전의 의제를 설정하고, 이슈를 만드는 데는 신문과 정당의 미디어 담당들이 선수였고, TV는 이들이 만든 의제와 이슈를 따라갈 뿐 이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TV 토론의 폭발적 인기와 함께 방송이 총선 분위기를 주도하는 주체로 섰다”고 지적했다.

TV는 즉각적이며 폭발적이다. TV 토론 단 한번으로 ‘듣보잡’이었던 자유민주당의 닉 클레그는 보잘 것 없는 정치경력과 겨우 4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만천하에 존재를 알려내고, 당의 지지율을 수직 상승시켰다. 일부 언론매체는 그의 그런 인기를 ‘클레그 효과’(Clegg Effect)라고까지 표현한다.

클레그 효과 중에 하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던 젊은이들을 “투표하러 갈래요”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말한다. “노동당과, 보수당에선 아무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마치 같은 정당 같다. 그런데 클레그의 자민당은 다르다. 젊고, 정직하며, 명쾌해 보인다.”

정치문화연구소 하나드 소사이어티의 안드류 윌리엄 박사는 이번 선거에서 인터넷 보다 TV의 영향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정치적으로 관심을 둘만한 사안이 적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 문제, 육아문제, 세금과 병원문제, 교육문제 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인터넷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그들 20~30대 층이다. 그 이상의 연령층에겐 여전히 TV가 인터넷 보다 친숙하다. 영국은 아직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낮은 수준이다.”

▲ 영국=장정훈 통신원 / KBNe-UK 대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국 총선은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 같다. 특히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을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예상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자유민주당 닉 클레그의 급부상 때문이다.

물론 TV가 만들어낸 젊은이들의 스타 닉 클레그가 얼마나 선전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결과가 어찌 나오든 닉 클레그를 앞세운 자유민주당은 방송의 덕을 가장 톡톡히 맛본 정당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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