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방송사 노조활동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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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 축소’ 예외 없어 … MBC 파업 등으로 대응 미흡

노동계가 ‘타임오프’로 시끄럽다. 근로시간면제심의원회(근면위)가 유급 노조활동으로 인정되는 ‘근로시간면제 한도(타임오프)’를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하자 양대 노총은 ‘원천무효’라며 반발하고 있다.

근면위의 결정은 오는 7월부터 회사에서 급여를 받으며 노조 활동을 하는 ‘유급 노조 전임자’ 수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장이 클수록 감소폭은 더 크다. 방송사 노조도 타격이 예상되지만 ‘MBC 파업’ 등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마찬가지로 “근면위 결정은 의결시한(4월 30일)을 넘긴 1일 새벽 처리됐기 때문에 위법이자 무효”라며 결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 경향신문 5월3일자 6면.
그러면서도 ‘타임오프’가 언론사 노조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갖고 있다. 김세희 언론노조 노무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방송사 노조는 전임자가 크게 축소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언론노조 전임자 파견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이근행)도 근면위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되지만, 한 달 넘게 이어온 파업 탓에 이에 대처할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MBC노조 관계자는 “시기도 적절치 않고,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MBC 본사는 현재 7명의 전임자를 두고 있지만, 근면위 결정대로라면 5명으로 줄어든다. MBC본부는 현재 단체협약에 따라 언론노조 파견 등을 포함해 31명 이하의 노조 전임자를 둘 수 있지만, 타임오프제를 적용하면 이 또한 축소가 불가피하다.

전체 조합원 5000여명으로 방송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KBS는 현재 두 개의 노조가 있어 ‘복수노조’ 해석 여부에 따라 타임오프 분배를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KBS는 11명(2만 2천 시간)의 타임오프를 나눠 써야 한다.

언론계 관계자들은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각각 기업별 노조와 산별 노조이기 때문에 복수노조로 볼 수 없다”면서도 근면위 지침의 일괄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두 노조의 상황도 다르다. 신생 노조로 800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현재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전임자 수도 근면위 결정대로라면 3명까지 둘 수 있지만, 사측은 한 명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합원 4000여명을 확보하고 있는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지난달 30일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해 전임자 수를 절반(24명→12명)으로 줄이고, 이들의 임금을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

최성원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기존대로 24명의 전임자를 두려면 활동비와 인건비를 포함해 한 해 24억원이 필요하다”며 “새 노동법이 시행되면 노조 전임자에 대해 임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노조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축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방송사는 타임오프제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SBS본부(600여명)와 아트텍 지부(270여명), 뉴스텍 지부(200여명)는 모두 현재대로 각각 3명, 2명, 2명의 노조 전임자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언론노조 EBS, OBS, CBS, YTN 지부 등도 현행처럼 2명의 노조 전임자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SBS 노조 관계자는 “(SBS 출신인) 최상재 위원장이 언론노조에 파견돼 있어 한 명이 초과되는 셈”이라며 “이 문제는 사측과 협상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타임오프의 적용을 받는 노조 활동가는 기존 전임자와 엄격히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성원 KBS노동조합 공방실장은 “타임오프에 따라 활동하는 집행부는 사측의 근무평가를 받게 되는 등 실질적인 노조 전임자로 볼 수 없다”며 “전임자 수를 떠나 타임오프제는 결국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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