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황희만은 MBC를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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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황희만은 MBC를 떠나라”
PD·기술인 500여명 기명 성명…사장 퇴진 여론 들불처럼 번져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5.07 1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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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파업이 한 달을 넘어서며 장기화 하고 있는 가운데, MBC 내부 구성원들이 기명(記名)으로 사장 퇴진 촉구 성명을 내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MBC 기자들 250여명이 지난 3일 먼저 스타트를 끊은데 이어 PD협회와 기술인협회가 6일과 7일 차례로 연명(連名) 성명서를 내어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기명으로 사장 퇴진 촉구 성명을 발표한 이들은 MBC 기자회와 보도영상협의회, PD협회, 기술인협회 소속 800여명으로 600~700명이 참여 중인 파업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여기에는 30년차 고참급 사원과 비노조원 등 부문과 연차를 막론한 다수가 참여해 김재철 사장 퇴진 요구가 비단 노조만의 구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파업 한 달을 넘어서며 MBC 내부에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장 퇴진 압박 여론이 김재철 사장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MBC PD 90% “김재철 퇴진” 성명

MBC PD협회는 지난 4일 여의도 방송센터 지하식당에서 긴급 총회를 열고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명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총회에는 보직부장과 비조합원 선임 PD 등을 포함해 170여명의 PD들이 참석했다.

PD협회는 이 자리에서 ‘김재철, 황희만은 MBC를 떠나라’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회원들의 기명 동의를 거쳐 6일 발표했다. MBC PD들이 이름을 걸고 사장 퇴진 성명을 발표한 것은 MBC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결의문에는 MBC 본사 전체 PD협회원 346명 가운데 보직자와 장기휴직자 등을 제외한 동의대상 292명 가운데 89.7%에 해당하는 261명이 동의했다. 부국장급 PD부터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파스타〉의 권석장 PD와 〈아마존의 눈물〉의 김진만·김현철 PD 등 세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다수가 참여했다.

▲ MBC PD협회가 지난 4일 긴급 총회를 열어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 퇴진 촉구를 결의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PD협회는 결의문을 통해 “김재철과 황희만 두 사람을 MBC의 일원으로, 방송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MBC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또 보직간부들을 향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파업이 한 달에 이르렀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파행을 겪고 PD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해 참담해 하고 있건만, 사장은 아파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일터 MBC가 말라 죽어가고 있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처럼 즐기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거짓말과 배신에서 비롯된 이번 파업을 오히려 노조 말살의 기회로 삼겠다는 사장의 살기등등한 행보는 우리를 절망케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현 사태를 책임져야 할 사장이지만 우리는 인내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상생을 모색해 보고자 수차례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장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만나자는 요청도 번번이 거부했다. 오히려 사장은 정작 고소해야 할 김우룡은 내버려둔 채, 회사 구성원을 고소, 고발하며 현 사태를 해결할 최소한의 희망마저 스스로 없애고 말았다”면서 “우리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르고야 말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모두 분명히 말한다. MBC PD들은 김재철 사장이 하루속히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정권과 방문진의 낙점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황희만 부사장도 속히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제 두 사람의 이름은 권력의 사주를 받아 우리의 일터를 짓밟고 MBC를 정권과 자본의 발밑에 바치려 했던 더러운 하수인의 이름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또 임원과 보직국장, 보직부장들을 향해서도 “상식을 바탕으로 한 올곧은 판단으로 현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라”고 촉구하며 “노동조합 간부에게 겨눠진 칼은 우리를 겨눈 칼이다. 그 칼은 피를 보겠다는 살기어린 칼이다. 막아야 한다. 조직의 근간이라는 임원과 보직 국․부장들이 후배와 동료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인 246명 “두 사람에 MBC 미래 맡길 수 없다”

MBC 기술인협회 회원 246명도 7일 ‘사장과 부사장은 결자해지 하라’는 제목의 연명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태를 파국으로만 몰고 가는 사장과 부사장에게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즉각 MBC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MBC 노동조합의 파업기간 동안 김재철 사장의 발언과 행동은 MBC 구성원들을 분노케 하였고, 사태를 더욱 악화 시켰다. 차마 다시보기 민망한 사장의 기자회견, 거칠고 억지스런 반박만이 되풀이되는 회사특보, 조합집행부 고소 등은 MBC 구성원들을 참담하게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파업의 근본 원인은 사장 선임 이후 지역사 사장과 본사 임원 선임 과정이 큰집의 폭력에 의해 이루어졌고, 김재철 사장이 황희만 부사장과 관련한 약속을 파기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MBC 노동조합의 파업은 단순한 자존심의 싸움이 아니다. 공영방송 MBC를 지키고 지금껏 피눈물을 흘리면서 꿋꿋이 지켜왔던 MBC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고 투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금 MBC는 파국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은 MBC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후배들을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몰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즉각 MBC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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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2010-05-08 14: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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