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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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독립포럼’ 창립총회 및 ‘방송장악과 민주주의 위기’포럼 열려

“오늘 아침 이근행 위원장이 병원에 실려 갔다. 병상에 쓰러져 있는 그의 모습이 방송독립의 현주소다. 10년 이상 배부른 돼지처럼 늘어나는 수익에 안주하며 언론인이 가져야 할 자질을 잊고 있었다. 민주화 이후 언론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었던 집단들에 대해 철저하게 응징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이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7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방송독립포럼은 이근행 위원장의 입원과 KBS 박재완 수석 기사 누락 사건 등으로 다소 분위기가 무거웠다. ‘방송장악과 민주주의 위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현 위기를 진단하고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에 맞서고자 하는 연대적 성격이 강한 자리였다.

▲ 6일 오후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방송독립포럼>이 주최한 ‘방송장악과 민주주의 위기’포럼이 열렸다. ⓒPD저널

첫 발제를 맡은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은 “정권이 보도를 통해 고도의 논리를 형성하는 데 있어 이제는 성의도 없어진 것 같다”며 “(언론이) 아무런 객관적 정황 증거나 진술 없이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전제를 일찍부터 가져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언론인으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고 팀장은 발제문에 첨부한 ‘폴리널리스트’ 88인 명단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청산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산이 필요한건 미디어법도 마찬가지였다. 김서중 교수(성공회대)는 지난해 ‘날치기’ 통과된 미디어법을 두고 “법은 우리(정부여당)가 만들 테니 니들은 따라와라 같은 오만한 자세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디어법으로 이득을 얻는 권력은 자본이다. 이제 대기업 방송, 삼성중앙방송이 가능해졌다”며 자본에 장악된 언론의 현실과 미래를 우려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연주 사장이 떠난 뒤 자본 정치권력에 장악된 KBS의 보도형태를 분석했다. 김 처장은 ▲노골화된 대통령 홍보 미화 ▲정부에 불리한 의제 외면 ▲정부 공권력에 힘을 싣는 편파보도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국민동원형, 주문형 방식의 프로그램 등장이 큰 문제”라며 UAE 원전수출과 천안함 사건을 그 예로 들었다.

▲ 포럼 참가자들의 모습. ⓒPD저널
KBS ‘천안함보도’같은 ‘관제방송’이 안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승수 교수(전북대)는 제도적 변화를 주문했다. “편파보도하고 있다고 손가락질만 해선 해결 안 된다. KBS사장과 방송통신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체제를 벗어나 방송자치 차원에서 선출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제도나 법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방송장악을 구조적으로 막기 위해 방송 권력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경신 교수(고려대)는 “검찰의 독립을 위해 검찰이 해체돼야 하는 것처럼 방송독립을 위해 방송이 분권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분권화 사례를 예로 들며 “(한국의) 공영제도가 (정권의) 방송장악을 쉽게 만들고 있다. KBS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것 등이 그 예”라며 방송의 ‘자기해체’를 주문했다.

한편 <방송독립포럼>은 7일 창립총회를 열고 “방송의 공공성 수호와 독립성 회복에 앞장서겠다”는 창립선언문을 발표했다. 방송독립포럼은 앞으로 연 4회 이상의 정기포럼을 개최하고 방송독립과 관련된 연대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상임대표로는 박동영 뉴스통신진흥회 이사가 선출되었다. 방송독립포럼 카페(http://cafe.daum.net/bi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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