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재신임’ 걸고 ‘파업 중단’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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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조합원 인식차 드러내…12일 총회 고비 될 듯

MBC노조는 12일 부문별 간담회와 조합원 전체 총회를 열어 파업 중단에 관해 최종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다수의 조합원들 사이에선 이미 ‘파업 중단’ 쪽으로 추가 기울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조 집행부가 사실상 ‘재신임’을 묻는 초강수를 던지면서 파업 중단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노조의 분열’이라는 안팎의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파업 강행’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업 중단에 대한 반발이 여전히 만만치 않고, ‘납득할만한 절차나 성과가 필요하다’는 요구 또한 강해 노조가 향후 투쟁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득’에 실패한 노조=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진행된 토론에서 두드러진 것은 노조 내부의 ‘인식의 차이’였다. 노조 집행부는 ‘정세판단’에 따라 파업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반면, 조합원들은 지금이야말로 투쟁의 수위를 높일 때라며 상반된 판단을 내린 것이다.

▲ 지난 11일 MBC 방송센터 D스튜디오에서 열린 MBC노조 총회에서 한 조합원이 파업 중단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MBC 비대위는 파업 36일째인 지난 10일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파업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정권과 김재철 사장이 MBC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만으로는 장기적인 싸움을 이어가기 어렵다며 현장 투쟁을 결의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엇갈렸다. 다수의 조합원들은 파업 한달을 넘어서며 파업 동력이 확대된 만큼 투쟁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 PD는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열의에 찬 비판을 어떻게 투쟁으로 승화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국면 전환’으로 받아들이는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며 노조의 ‘인식차’를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이근행 본부장도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들의 판단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사실 괴롭고 혼란스럽다”며 “최적의 투쟁 방식에 대한 고민을 각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가에 대한 약간의 혼란스러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노조 분열만은 안 된다”=인식의 차이는 컸지만, ‘공정방송 사수’라는 목표와 ‘노조가 분열되어선 안 된다’는 대전제에는 누구도 의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11일 총회에서 이근행 본부장이 “집행부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조합원들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재신임을 물었을 때에도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현 8기 집행부가 파업을 계속 이끌어주기를 원한다”며 집행부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또 이날 총회 말미에 이근행 본부장이 “믿고 따라 달라”며 호소하자 조합원들은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이 11일 총회에서 파업 중단의 불가피성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이런 맥락에서 파업 중단 여부를 묻는 ‘총투표’ 실시는 현실화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파업 중단 투표가 자칫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 집행부는 파업 중단 결정을 철회할 뜻이 없다. 그런데 만일 투표에서 파업을 계속 하자는 의견이 나올 경우 새 집행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그러면 자연스레 불신임 투표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임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고참 사원들도 “파업 중단 투표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신임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고 만류했다.

■파업 중단해도 과제 산적=파업 중단 여부가 최종 결정되진 않았으나, MBC노조 앞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파업의 주된 이유가 됐던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의 퇴진,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고소 등이 실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투쟁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집행부에 대한 고소는 물론 ‘해고’ 등의 강도 높은 징계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장에서 ‘공정방송 투쟁’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이런 가운데 김우룡 전 이사장 후임의 방문진 보궐이사로 ‘구조조정 전도사’로 알려진 김재우 아주그룹 부회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향후 MBC노조의 투쟁 방향을 결정할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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