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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LA=이국배 통신원

앞으로 방송 콘텐츠의 가장 큰 경쟁자는 영화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멀티 플랫폼인 에픽스(Epix)가 지난 4월 500여명의 미국 성인 성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온라인을 비롯한 멀티 플랫폼 형태의 미디어 이용률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답했다.

그동안 TV 시청자의 확산이 극장 영화 관객의 감소를 부르고 가정에서 TV 수상기를 통해 영화를 보는 영화팬을 증가시켜 왔다면, 이제는 반대로 온라인 영화의 확산이 다시 TV 시청자의 감소를 부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미 미국 시청자의 59%가 온라인을 통해 상시적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이는 TV 프로그램들이 온라인상에서 콘텐츠 경쟁에 나설 때, 타사 제작의 프로그램뿐 아니라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도 막강한 경쟁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 영화 <아바타>.

이 같은 경향은 할리우드의 새로운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침체로 미국의 모든 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할리우드의 기상도만은 맑았다고 한다. 터미네이터를 비롯한 블록버스터 속편 영화들의 인기가 나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바타를 비롯한 3D 영화들이 매출 상승에 결정적인 효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할리우드의 티켓 수입은 130억 달러였고, 이런 결과의 결정적 요인은 관람객 증가였다.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의 관객은 13억 9000만명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특히 3D 영화의 수입은 13억 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3배 이상을 기록했다. 현대 사회에서 영화가 가장 저렴한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라는 점에서 할리우드의 매출은 오히려 불황기에 상승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과 3D라는 새로운 화상 매체로 인해 영화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영화를 보는 절대 관객이 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긴 힘들다.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매체 형태의 변화가 시청자 혹은 관객의 습관과 기호를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 3D 영화의 호조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콘텐츠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반 시청자의 화상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하면서 미국의 SO(케이블 TV 사업자)들까지도 그간 소극적이었던 HD패키지 채널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LA=이국배 통신원/KBS America편성제작팀장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특징은 이제는 주문형 콘텐츠 선택(온-디맨드: On-Demand)이 시청자의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3%는 가장 선호하는 시청방법으로 온-디맨드를 꼽았다. 일반 편성에 따르는 시청은 39%에 그쳐서, 이제는 온-디맨드 방식이 일반 편성 시청방식을 드디어 앞서가기 시작했다. 시간대에 의해 시청률을 보장받던 시대가 이제는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간 방송가에서는 뉴 미디어 시대를 맞아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렇지만 그런 콘텐츠들의 경쟁선상에는 수십, 수백배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도 있었다는 사실이 간과돼 왔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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