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단과 관련한 진통 끝에 총사퇴를 결의했던 MBC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재신임’에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13일 오후 3시 조합원 전체 총회를 열어 현 집행부에 대한 신임과 불신임을 묻고, 거수를 통해 ‘신임’을 결정했다. 이에 노조는 지역 지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집행부 총사퇴 결정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지난 나흘간의 총회 과정이 서로에게 상처가 아닌 성장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힌 뒤, “우리 안의 다른 생각들이 모두 MBC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것들을 하나로 모아갔으면 한다”며 “현장 투쟁은 힘들겠지만 조합 집행부가 많이 준비하고 조합원들에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박수로 화답했고, 일부 조합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파업 지속’과 ‘현장 투쟁’을 두고 나흘간 진통을 겪어왔던 MBC노조가 지도부 총사퇴와 권력 공백 장기화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앞서 노조는 이날 투표를 통해 14일 오전 9시부로 파업을 일시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하기로 결정, 파업 국면도 39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MBC노조 비대위는 지난 10일 파업 일시 중단을 결정했으나, 다수의 조합원들이 ‘성과 없이 파업을 접을 순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이를 사실상의 ‘불신임’으로 해석, 지난 12일 ‘총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파업 중단과 집행부 복귀로 노조가 일단 정상화를 이뤘지만,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자 ‘구조조정 전도사’로 알려진 김재우 아주그룹 부회장이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후임으로 내정, 14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어서 향후 MBC에 격랑이 예상된다.
또한 파업의 주된 이유가 됐던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 퇴진,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고소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노조 집행부에 대한 형사고소,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과 사측의 대량 징계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 5개 특위를 중심으로 한 현장 투쟁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둬야 하는 과제도 있다.
지난 나흘간 상당한 진통을 겪어왔던 노조가 서로에게 남은 상처와 과제들을 어떻게 수습하고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