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따라 보도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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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따라 보도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겠다”
[인터뷰] 이윤민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0.05.18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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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민 신임 SBS노조위원장. ⓒPD저널

이윤민 신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임기 첫날인 지난 17일부터 피케팅을 해야 했다. 사측에서 부장급 이상과 신입사원에게 기존의 호봉제 대신 연봉제를 적용한다고 일방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연봉제로 하면 지금은 윗사람이 인사평가를 나쁘게 줘도 월급이 깎이지 않지만 앞으로는 월급이 깎이는 것”이라며 연봉제를 통한 사측의 보도 통제를 우려했다. “PD같은 창의적인 직업은 말 잘 듣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그는 연봉제로 말만 ‘잘 듣는’ PD가 생길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이 본부장은 지난주 임기를 마친 전임 집행부에 대해 “너무 힘들었던 조건에서도 잘했다. 노조원들에게 신임도 두터웠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지난 3월 임금 및 단체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어느 노조나 파업 자체가 목적인 곳은 없다. 방송을 놓는다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일”이라며 “파업까지 가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 잘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독립경영’과 ‘대주주 전횡 저지’라는 SBS노조의 주요 과제에 대해선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라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SBS 미디어 홀딩스 자체가 건강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소유와 경영이 긴장관계에 있어야 한다”며 “한 쪽으로 쏠리면 홀딩스가 주장하는 효율성도 지킬 수 없고, 방송의 공정성 또한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노조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임금이나 이익을 보호하는 책임과 노조로서 갖는 사회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 두 가지를 잘 조화시켜야 할 것 같다. PD들이 스스로 만들고 싶은 프로를 만들 수 있고, 기자들도 양심에 따라 보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사실 원론적인 얘기인데 (지금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사실 이 본부장의 출마결정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그는 2001년 노조 사무국장으로 1년간 전임자 활동을 했다. PD가 2년간 제작을 쉬며 전임자 활동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본부장은 “할 사람이 없어서 나왔다”며 웃어넘겼지만,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만큼 어조에는 힘이 있었다. 

이번 SBS 월드컵 단독중계를 이 본부장은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SBS노조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전제한뒤 개인적 입장을 밝혔다. 이 본부장은 “단독중계냐 3사 합동중계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디어가 스포츠보도에 과열양상을 보이는 부분이 문제”라면서 “월드컵 때문에 보도가 안 되는 중요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 벤쿠버(올림픽) 때도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사교양 PD 출신인 이 본부장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담당했을 때 제작한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과 <SBS스페셜>에서 만든 ‘얼굴’을 애착 가는 작품으로 꼽았다.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의 경우 영화 <이태원살인사건>의 주요 자료가 되기도 했다. “영화배우들이 20번 돌려봤다고 하더라.” 이 본부장이 겸연쩍게 웃었다. 그의 작품만큼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으로서의 한 해도 애착이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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