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태섭‧경수 ‘커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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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인생은 아름다워>, 동성애 공론화가 던지는 의미

“우리 나쁜 놈들 같다.”

태섭(송창의)은 말했다. 최근 원룸까지 잡았으니 이제 같이 살 일만 남았다. 경수(이상우)가 원룸 인테리어를 해주겠다고 하자 태섭이 됐다며 거절했다. 경수는 태섭이 거절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귀엽게 굴지 말고 가만있어.” 둘의 세상은 행복하다.

“나 좀 살려줘 이놈아.” 경수 어머니는 다급했다. “이러지 말자 경수야. 니가 그 짓만 그만 두면….” 어머니에게 경수는 ‘그 짓’을 하는 “나쁜 놈”이다. 경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결과 가정파괴범에 불효자가 됐다. 태섭은 아직 가족에게 커밍아웃도 못했다. 이런 둘의 세상은 불행하다.

▲ SBS <인생은 아름다워>의 태섭과 경수. ⓒSBS
인생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동성애를 아름답다고 할 사람은 별로 없다. 오래전부터 동성애가 금기로 자리 잡은 결과 성적소수자들은 숨죽여 지내야 했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가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성적소수자의 사랑을 ‘커밍아웃’했다. 당신 가족 중에, 혹은 친구들 중에 아주 ‘반반한’ 사람이 게이일수 있다고 말이다.

시청자들은 태섭‧경수 ‘커플’에 주목하고 있다. 태섭의 커밍아웃이 다가올수록 시청률도 높아지고 있다. AGB 닐슨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인생은 아름다워>는 지난 16일 18.6%의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태섭‧경수 커플의 사랑이 농익을수록 시청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우리는 경수와 태수의 사랑을 응원해야 할까? 드라마를 보는 내내 불편함과 호기심은 서로 충돌한다.

시청자게시판도 자연스레 둘로 나뉘었다. 시청자 안윤준 씨는 “동성애의 사회적 폐해를 미화시키는 김수현 작가는 펜을 꺾기 바란다”고 비난한 반면, 이정선 씨는 “동성애는 남이 반대하고 찬성하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미자 씨는 “하나님의 창조론에 위배된다”며 동성애 커플에 반대했고, 정유리 씨는 “어색하거나 거북하다거나 그런 건 없다”며 “태섭‧경수 커플에 폭 빠져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건 이 드라마로 인해 동성애 논쟁이 사회적으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박기호 사무국장은 “악플도 많고 지지 글도 많지만 인식의 변화는 있다. 드라마는 거부감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차별받고 있구나’ 하면서 한국사회 성소수자를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사무국장은 <인생은 아름다워>가 성적 소수자에게 반갑게 다가온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성적소수자가 가족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걸 보고 시청자는 우리가족 중에도 (성적 소수자가)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할 수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성적소수자 또한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드라마를 통해 멀게만 느껴진 성소수자가 가까워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친한 척 비틀거리고 가면, 아무도 모르겠지?” 지난 16일 방송에서 경수와 태섭은 웃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우리는 취했다!” 취해있으면 ‘용서받는’ 관계를 보며 정작 ‘우리’가 불합리한 상식에 취해있는 건 아닐까. 남녀 간 사랑이든 남남 간 사랑이던, 사랑은 다 ‘고만고만한’ 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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