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무차별 징계’로 입 막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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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직부장 포함 42명…MBC 사상 최악 ‘칼바람’ 예고에 반발

MBC가 지난달 5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진행된 MBC노조 파업과 관련해 42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MBC 사상 최악의 대량 징계사태가 예상되고 있다.

MBC 사측은 지난 19일 이번 파업을 주도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 집행부 18명을 포함해 42명에게 인사위원회 참석을 통보했다. 징계 사유는 회사 명예 실추 등 ‘사규 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오는 25~26일 황희만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를 열어 징계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사상 최대 규모…보직부장, 일반 조합원과 비조합원까지

파업과 관련한 징계 대상자에 42명이 오른 것은 MBC 사상 유례가 없는 일. MBC 역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된 1992년 52일간의 파업 당시에도 조합 집행부 15명이 징계 대상에 올라 9명만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번 경우에도 인사위를 거치며 징계 범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김재철 사장이 ‘법과 사규’의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해고’ 등의 중징계를 포함한 사상 최악의 대량 징계사태가 불가피해 보인다.

▲ MBC노조의 파업이 39일만인 지난 14일 잠정 중단됐지만, 대량 징계 사태와 보복성 인사 논란이 잇따르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특히 이번 징계 대상에는 이근행 본부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는 물론, 일반 조합원과 비조합원,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보직부장까지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MBC는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실명으로 성명을 발표한 TV제작본부 소속 보직부장 12명을 인사위에 회부했다. 또 김재철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수차례 발표한 PD협회·기술인협회·카메라감독협회·아나운서협회·기자회·보도영상협의회·경영인협회·미술인협회 등 8개 직능단체장도 징계 대상에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와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소를 촉구하는 내용의 ‘84사번 성명’을 주도한 시사교양국의 이채훈 부장과 사내 인트라넷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유재광 기자, 오행운 PD, 김종우 PD 등 일반 조합원들에게도 징계를 예고했다. 이채훈 부장은 노조 비조합원으로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다.

“공영방송 MBC에 어떻게 이런 일이…상상도 못해”

이에 대해 MBC노조는 19일 특보를 통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영방송 MBC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MBC 구성원들에게 참기 힘든 모욕감만 안겨준 자신의 입에는 그토록 관대한 사람이, 어떻게 남의 입에는 그렇게 무자비할 수 있는가”라며 “2010년 공영방송 MBC에서 ‘연산군일기’라도 쓰겠다는 것인지, 참담할 뿐”이라고 성토했다.

노조는 “징계 명분도 치졸하기 그지없다. 성명서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권의 말 잘 듣는 청소부로 MBC 사장에 임명돼, 큰 집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이고 좌빨을 척결’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런 말을 지껄인 김우룡을 고소하겠다는 약속마저 파기해 국민들을 농락하고 공영방송 MBC의 신뢰도를 무참히 갉아먹은 사람이 누구인가?”라며 “도대체 누가 MBC의 명예에 먹칠을 했단 말인가. 김재철 사장은 언제까지 자신의 명예와 MBC의 명예를 동일시하는 망상에 빠져 있을 셈인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황희만 부사장이 인사위 위원장을 맡은데 대해서도 “정권과 김우룡의 낙하산으로 MBC에 들어와 회사를 두 번이나 쑥대밭으로 만들고 파업을 유도한 장본인이 회사를 살리겠다고 일어선 사람들을 심판한다니, 털끝만큼이라도 양심과 상식이 있다면 적어도 그는 스스로 위원장 자리를 내 놓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이 왜 광폭 징계에 들어갔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미 바닥난 자신의 권위를 다시 세워보고 싶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큰 집’에 MBC를 이렇게 요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권위라는 건 결코 징계로 세워지는 게 아니다. 더욱이 MBC는 42명이 아니라 420명을 징계한다 해도 결코 정권의 놀이터가 될 수 있는 언론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84사번에서 04사번에 이르는, 일반 조합원에서 보직부장에 이르는 그의 광폭 징계는 자신을 향하고 있는 MBC 구성원들의 분노와 불신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보여주는 하나의 편린에 불과할 뿐”이라고 꼬집으며 “우리는 역사 속에서 칼로 입을 막은 자들의 최후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조만간 우리 앞에 다시 한 번 현실이 돼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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