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스페셜’ 정권 도구로 이용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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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스페셜’ 정권 도구로 이용말라”
소속 PD들, 천안함 긴급토론 등 ‘경영진 지시 아이템’ 반발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5.25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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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관련 긴급토론을 제작해 ‘북풍몰이’ 논란에 휘말렸던 <KBS 스페셜>팀 PD들은 “더 이상 경영진이 일방 지시한 아이템을 제작할 수 없다”며 “프로그램을 정권의 도구나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교양·기획제작국 소속 KBS 스페셜팀 PD 15명은 지난 24일 사내게시판(코비스)에 성명을 내 “최근 두 달간 13편의 (경영진이 지시한) ‘오더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우리의 열정을 비웃고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부당한 압력에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 KBS스페셜이 '급조된 오더성 아이템'이라고 지적한 특별기획 <천안함 침몰,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4월 3일 방송). 제작진은 이 방송에 대해 "침몰 원인규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모 성격의 내보내 많은 논란과 국민의 반발을 초래했다"고 자평했다. ⓒKBS
두 달간 ‘오더성’ 프로그램 13편 … ‘공안정국’ 비판 속 천안함 방송 5번

이들이 밝힌 소위 ‘오더성’ 프로그램은 5번의 천안함 관련 프로그램 뿐 아니라 세종시와 관련돼 구설에 오른 ‘도시의 탄생’(2월 7일), 이틀 만에 제작해 오류가 발생한 ‘김연아 스페셜’(2월 28일), 오은선 대장 히말라야 14좌 완등 관련 프로그램(4월 27일) 등이다.

이들은 특히 성금모금 등을 진행한 천안함 방송에 대해 “야권과 시민단체로부터 공안정국 조성이라는 커다란 반발을 사고 있다”며 “공영방송에서 우리가 왜 이런 논란 소지가 있는 방송을 만들어야 하냐”고 되물었다.

지난 19일 ‘서해교전’ 관련 프로그램을 긴급 제작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KBS스페셜팀 PD들은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길환영 TV제작본부장을 면담했다. 하지만 결국 23일 방송에는 ‘긴장의 서해, NLL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토론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다.

“사장·부사장이 PD이고, 제작진은 촬영·편집만 한다”

제작진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부의 결정에 따라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것에 대해 KBS스페셜팀은 비참함을 토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사장·부사장·제작본부장이 스페셜 PD이고, 제작진은 정해진 아이템에 따라 촬영·편집만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자조가 나온다”고 밝혔다.

KBS스페셜팀 PD들은 아이템 선정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일선 PD들이 완전히 배제된 채 ‘스페셜위원회’라는 회의체에서 아이템을 기획한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작진은 “PD들이 도저히 기획을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는 직장인이기에 앞서 국민에 봉사하는 공영방송의 언론인”이라며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만약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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