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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회 전체가 민감하게 대응하는 분야 가운데 기후변화의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최근 민영방송도 환경보호를 테마로 다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방송시청률이 제법 나올 정도로 정말 사회구성원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테마이다.

그런데 환경보호는 사실 교통보호만큼이나 무미건조한, 민영방송의 오락기능과 관심의 저 편에 놓여있는 주제이다. 이런 사정이 변하여 주변부적 테마였던 환경보호가 가장 중대한 국가 정책 가운데 하나로 거듭난 현실이다. 문화이데올로기 형성의 측면에서 보면 환경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후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되고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셈이다. 그리고 사회의 관심사는 미디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 독일 민영방송 프로지벤(Pro7)의 대중 과학 프로그램 <갈릴레오>의 홈페이지. <사진=프로지벤>

최근 거대 민영방송 프로지벤(Pro7)에서 월~금 저녁 7시경 방영된 인기 지식매거진프로그램 갈릴레오(Galileo)에서 기후 변화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매회 중심테마는 아니었지만 갈릴레오의 방송 중간 지점에서 방송광고를 전후하여(!) ‘프로지벤과 함께 기후를 보호합시다’라는 선언과 함께 'Co2ntra'라는 명칭의 방송캠페인 포맷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최근 민영방송계를 떠돌고 있는 트렌드는 단연 ‘변화’인데, 그것의 주요 내용은 비주얼의 개선이다. 'Co2ntra'에서도 이런 점이 잘 나타났다. 미모의 인기 여성사회자인 소냐 크라우스가 에로틱한 포즈로 등장하여 비주얼 향상에(?) 기여했다. 인터넷 소개화면에 나타난 하늘의 색감은 매우 인공적인 느낌이어서 크라우스의 미모를 돋보이게 한 부속장치에 불과했다. 이런 방식으로 기후변화라는 엄중한 현실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표현하는 영상미가 중요시 된다. Co2ntra가 제공하는 정보가 취향에 맞지 않는 시청자는 이 여성의 미모를 감상하라는 질펀한 요구처럼 느껴진다.

Co2ntra가 제공하는 정보는 이런 종류이다. 환경에 맞는 완벽한 감자튀김 만들기, 도살장 환경미화, 물침대의 파열 시기와 같은, 거창한 슬로건과 달리 다소 황당한 내용들이다. 더구나 각종 상품의 이산화탄소(Co2) 함유량을 테스트하면서 제품을 그대로 노출시켜 광고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기후문제가 방송상품으로 변화하는 순간이다.

▲ 독일=서명준 통신원/독일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

방송자본의 이윤추구는 무제한이다.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결방안이 짧게 언급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기후에 대한 시민의식의 계몽과 거리가 멀고, 또 유용한 정보제공마저도 실패한 것 같다. 프로지벤 방송사의 슬로건인 ‘We love to entertain you'가 말해주듯 프로지벤에게-민영방송에게-기후보호는 엔터테인먼트 요소 이상은 아닐지 모른다. 이산화탄소의 단위시간 생산량 측정을 위해 이를 직접 생산하려는-스스로 대기오염의 주범이 되려는(?!)-황당한 프로그램은 아직 없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삼아야하는 걸까. 씁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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