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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

국민과 영토를 지켜내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합동조사단의 발표대로 천안함 사태가 북한군의 소행이라면 안보무능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그런데 정부는 대북 강경책과 더불어 국민들의 안보 의식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방송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안보 의식을 강화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천안함 사태를 책임져야 할 사람은 국민도 젊은 세대들도 아닌 바로 정부다.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군과 정부의 안보태세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허술했다. 발표대로라면 군은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군은 잠수함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추적하기 어렵다고 궁색하게 변명했다. 이번처럼 영해가 뚫리고 공격받는 일이 다시 벌어져도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침몰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어제까지도 영해와 천안함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일을 사과하는 이가 없다. 북한의 소행이라면 이를 규탄하는 것 못잖게 위기관리 실패를 문책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중요한데도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다. 북쪽 소행을 앞세워 제 잘못은 감추려는 비겁한 시도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정부는 천안함 발표 일정을 지방선거와 맞춰 조정했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선거운동 개시일인 5월 20일, 서둘러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다음날인 5월 24일에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리고 각종 대북 제재 조처 발표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선거판을 ‘북풍’ 영향권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46명의 꽃다운 장병들의 희생을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천안함 사태 후 한국을 휩쓴 북풍은 이제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괴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4대강 사업의 폐해도, 각종 복지예산 축소에 따른 무상급식 정책도, 각종 비리와 전횡에 대한 척결도, 하물며 46명의 꽃다운 장병들을 앗아간 낙제점의 안보태세도,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강공책이라는 동어반복 수사에 가려지고 있다.

안보를 도구로 정치권력을 유지했던 지난날의 악습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력은 적개심을 고조시키며 한반도에 깊은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보수신문과 정권에 장악된 방송은 연일 국민들의 눈과 귀를 안보지상주의로 몰아가고 있다. 냉철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보다는 선거 승리라는 눈앞의 달콤한 유혹에 정언유착이 구조화되고 있다. 책임 있는 조치와 해명은 한마디도 없이 무조건 반북 이데올로기만 고조해 나를 따르라 하는 것이야말로 정권이 스스로 안보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안보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 안보가  권력의 입맛과 의도에 맞게 조작되는 것이라면 국민들 가슴 속에 안보가 아닌 불신과 공포만 자리 잡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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