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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본부 폐지·시사프로 이전 등 ‘불씨’ 그대로 … 내달 4일 이사회 의결

KBS 조직개편의 윤곽이 드러났다. KBS는 지난 27일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을 상대로 한 조직개편 설명회와 28일 이사회 조찬간담회에서 현 6본부 3센터의 조직을 5본부 2센터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습을 드러낸 조직개편을 KBS 구성원들은 우려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편성본부 폐지와 시사 프로그램의 보도본부 이전 등 일찌감치 반대여론이 높았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됐고, 일부 직종 폐지와 제작리소스센터의 신설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 5본부 2센터의 조직개편안.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내용을 살펴보면 편성본부는 결국 폐지되고, 사장 직속의 편성실로 축소 개편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TV제작본부와 라디오제작본부는 콘텐츠본부로 통합됐고, 라디오제작본부는 해당 본부 산하 라디오제작센터로 몸집이 작아졌다.

이밖에 정책기획센터와 경영본부 일부 기능을 통합한 전략기획본부가 신설됐고, 뉴미디어센터와 기술본부는 미래미디어·테크놀러지본부로 합쳐졌다. 경영본부의 재원관리국, 총무국과 통합된 시청자센터는 시청자본부로 확대돼 선임 본부 역할을 하게 됐다.

KBS는 또 각 본부·센터에 있던 카메라, 중계, 보도·제작기술, 미술 등 제작지원 기능을 통합해 제작리소스센터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기자·PD협업을 위한 시사 프로그램의 보도본부 이전도 <추적60분> 등이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새노조 “지원부서 키우고, 제작부서 줄이고 … 조직개악안” 반발

당장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사측안은 KBS를 망치는 ‘조직개악안’”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KBS본부는 27일 특보에서 “철저히 밀실에서 진행된 이번 조직개편은 관료적 통제를 부활시키는 과거회귀형 조직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경영·편성·제작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을 살리도록 한 현 직제에서 편성본부를 폐지하고 전략기획본부라는 직할본부를 신설한 것은 김인규 사장을 정점으로 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KBS를 만들려는 속셈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정권이 적대시해왔던 시사 프로그램들을 게이트키핑이 용이한 보도본부로 이관하고, 공영성의 상징적 역할을 한 라디오본부는 폐지했다”며 “제작현장의 창의력과 활력은 사라지고, 관료주의·무책임이 다시 KBS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촬영기자, 카메라맨, IT, 방송콘텐츠 등의 직종을 폐지하고 이들을 신설되는 제작리소스센터로 편입시키는 방안에 대해 KBS본부는 “말로는 현업중시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제작현장 홀대를 그대로 드러냈다”며 “(이들 직종 폐지는) 소수직종 희생양 만들기”라고 날을 세웠다.

제작리소스센터는 당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경영진단에서 중·장기적인 ‘아웃소싱’ 대상으로 거론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KBS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측이 제시한 조직개편안에는 인력 감축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KBS노동조합(위)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7일 일제히 특보를 내 윤곽을 드러낸 사측의 조직개편안을 비판했다.

‘추적 60분’ 결국 보도본부로 … PD협회, 30일부터 피켓시위

편성·라디오본부 폐지 등이 포함된 이번 조직개편은 특히 PD들의 반발이 거세다. KBS PD들은 시사 프로그램의 보도본부 이전을 ‘게이트키핑 강화를 통한 PD저널리즘 죽이기’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추적 60분>만 보도본부로 이전하는 방안과 추가로 1~2개 프로그램을 더 이전시키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 PD협회(회장 김덕재 한국PD연합회장)는 28일 총회를 열어 반대 입장을 확인했고, 31일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KBS 신관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벌일 방침이다.

한편, KBS노동조합은 사측의 조직개편안에 대해 “비전과 철학이 없는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조직개편”이라고 평가했다. KBS노조는 설명회 이후 개편안에 대한 해당 부서·직종의 요구사항을 사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성원 공정방송실장은 “사측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춘 진정한 공영방송’을 KBS의 비전으로 제시했는데, 그렇다면 현재는 진정한 공영방송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진정 필요한 것은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 비전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은 이사회로 … 새노조 “사측 일방독주에 제동 걸어달라”

KBS는 다음주 초까지 조직개편안을 최종 확정하고, 내달 4일 이사회에 이를 상정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오는 30일 오후 간담회를 소집해 조직개편안에 대한 자체적인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사회 의결을 앞두고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의 조직개편 ‘일방독주’에 제동을 걸어달라고 호소했다. KBS본부는 27일 특보에서 “이사회마저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거수기 노릇을 한다면 KBS의 미래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김인규 사장의 위험한 도박을 중단시키고, 제대로 된 개편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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