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들이 앞장선 여성 연예인 인권선언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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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운영위원 조인섭 변호사

“일부의 문제 때문에 전체가 잠재적 가해자로 몰리는 건 분명 불쾌한 일입니다. 하지만 문제의 대상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도 현실인 만큼, PD집단이 먼저 나서서 여성 연예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지난 5월 26일 발족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인섭 변호사(법무법인 Law-CNC)는 같은 달 31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PD들이 주축이 된 ‘여성 연예인 인권선언’을 제안했다.

▲ 조인섭 변호사
여성 연예인이 성적 접대나 스폰서 관계 등의 강압과 회유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현실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이후 여성 연예인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가부장적 성의식과 공급이 넘쳐나는 연예산업의 불균형 속 가해자 처벌은커녕, 피해자의 문제제기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조 변호사는 “극히 ‘일부’일지라도 가해자가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집단의 다수 구성원들이 앞장서 여성 연예인의 인권 존중을 선언할 때, 새로운 문화로 한 발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 여성 연기자의 10명 중 6명이 성적 접대 제의를 받은 적이 있으며 그 상대는 재력가, 연출PD·감독, 제작사 대표, 기업인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피해가 실재함에도 그 피해를 사회에 알리기 쉽지 않을 구조일 뿐 아니라, 마음을 먹어도 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조 변호사도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센터에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할 연예인이 얼마나 있을지, 또 우리의 도움을 받은 다음 그가 연예계 안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그러나 “당신들이 도움을 받고, 고민을 토로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성적 접대, 스폰서 관계 회유나 강압 등이 가능한 것은 수익배분 등에 있어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 구조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이 있긴 하지만 잘 모르는 게 대부분이죠. 센터에서 여성 연예인에 대한 성적 접대 강요, 노동권 침해 등에 대한 상담과 법률 자문을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연예인 지망생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표준약관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함께 함으로써 인권 침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 센터는 센터 설립에 대한 홍보와 여성 연예인 인권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기 위한 준비 작업 등에 몰두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그 무엇보다 여성 연예인들에게 당신들을 위한 센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우선”이라며 “한 명이 부딪혀 불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 센터를 통해 모아진 여러 목소리들을 토대로 여성 연예인의 인권과 관련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구조적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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