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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반대’ 분신 스님·특정 후보 공보물 누락 등 침묵

▲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디어 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할 방송·언론이 미디어 선거를 되레 실종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4대강과 세종시 등의 의제와 함께 소수정당 후보의 참석을 배제해 논란이 됐던 지난 5월 17일 KBS 서울시장 후보 초청토론의 모습. <사진=KBS>
6·2 지방선거는 어느 때보다 정책 대결을 찾아보기 힘든 선거였다. 선거 기간 내내 주요 이슈는 천안함에 휩쓸렸고, 언론은 ‘북풍몰이’에 동참했다. 언론은 심지어 선거 쟁점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해도 이를 침묵하거나 소홀히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달 31일 문수 스님은 분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가에서 말하는 ‘소신공양(부처님에게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을 한 스님은 유서에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스님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분신한 사건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뉴스였다. 더구나 그가 반대한 4대강 사업은 무상급식, 세종시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언론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뿐이었다.

그동안 종교인들의 4대강 반대 운동을 외면한 보수신문들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조선·동아일보는 아예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중앙일보는 단신으로 처리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KBS는 스님의 분신을 단신으로 전했고, SBS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MBC만 4대강 공사현장의 문제점과 이 기사를 함께 보도했다.

여당의 항의에 예고까지 나간 프로그램이 결방돼 논란을 빚은 경우도 있다. KBS 울산방송국은 지난달 27일 방송 예정이었던 ‘지방자치 특별기획’을 한나라당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직후 결방키로 했다. 사측이 법원 판결 전 방송을 취소시키자 제작진은 ‘외압 의혹’을 제기했고, 울산KBS는 “한나라당과 무관하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스크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방송에는 일부 여당 후보들이 현역 단체장 시절 ‘여론조사 조작’으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는 장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용진 기자는 “이미 보도된 내용이고, 모자이크 처리까지 했다”며 “유권자들이 그 정도 정보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는데 그 전에 결방을 결정한 것은 간부들이 특정 정당의 항의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거 기간 동안 ‘중립성 논란’을 일으켰던 선거관리위원회의 ‘미심쩍은 실수’도 주류 언론의 관심에서 비켜갔다. 선관위는 지난달 29일 지방선거 공보물을 발송하면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공보물만 누락해 논란을 일으켰다. 진보 진영 단일후보의 공보물만 누락돼 ‘관권 선거 의혹’까지 일었지만 일부 매체를 제외하곤 이 소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문수 스님 분신은 4대강 사업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는데, 언론이 이를 외면하면서 결국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언론의 이런 행태는 결과적으로 선거 국면에서 천안함 외에 다른 이슈가 부각되길 원치 않는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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