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의미 있는 변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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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의미 있는 변화 기대
[PD의 눈] 이동유 대구CBS PD
  • 이동유 대구CBS PD
  • 승인 2010.06.0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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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직전에 원고를 마감하는 관계로 선거 결과를 모른 채 글을 쓴다. 뚜껑이 열리고 전국의 민심이 무엇을 말하게 될 지 사뭇 궁금하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특히 지방선거는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평가가 그 핵심이다. 그래서 아마 야당은 이번 선거를 무척이나 벼르고 있었을 것이다. 대선이 있고 2년 반 만에 치르는 선거이니만큼 이번만큼은 반드시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어 집권 여당을 따끔하게 혼내 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기대는 일순간 물거품이 돼버렸다.

▲ 5월 31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2010유권자희망연대'가 기자회견을 갖고, '투표참여 희망문자 보내기,1+10'을 제안하며 지인들에게 휴대전화로 투표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에 정부와 한나라당은 세종시 말 바꾸기와 4대강 막개발 시비, 경제 불안, 남북 관계 먹구름 등 온갖 실정으로 도무지 내세울 게 없는 상황에서 선거 정국을 맞았다. 그런데 한 순간에 모든 게 뒤집혀버렸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있을까. 여당의 처지에서는 놀라운 반전이었다. 하필 선거를 앞둔 시점에 천안함 사고가 터지고 침몰의 원인과 그 주체를 찾는 과정에 모든 이슈가 묻혀버릴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아무리 선거 때마다 터지는 ‘북풍’이라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 전개에 국민들도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자,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 대구, 경북은 굳이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결과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인데다 인물 대결에서 밀리고, 정책, 이슈 경쟁이 소용없으니 이른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후보들의 심정은 좌불안석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선거를 완주한 소수파 후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일망정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있어서 그나마 대구, 경북은 파란색 일색의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신념을 떠나서 한 지역 사회가 하나의 정당, 하나의 이념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가 수십 년간 이어져 올 수 있었겠지만 이로 인해서 아이디어 경쟁은 실종되고 인물 발굴이나 의제 개발이 지체된 것을 감안하면 그 피해는 계량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엎치락뒤치락 여야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에 익숙한 수도권이나 다른 지방의 시각으로 보면 대구나 경북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지역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현실에 환멸을 느껴 어떤 이들은 떠났고 또 어떤 이는 신념을 접은 채 기성 권력에 몸을 의탁하기도 했다. 누구도 탓할 수는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무수히 겪는 과정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 이동유 대구CBS PD

부디 이번 선거에서 대구나 경북의 유권자들이 기초의원 한두 석이라도 이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 그 기초의원 한두 석은 서울 수도권이나 영남권에서 야당 단체장 후보들이 승리를 거두는 것만큼이나 지역 차원에서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작지만 울림 있는 교두보 확보, 과연 대구, 경북의 민심은 그것을 허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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