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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트위터 사용자의 힘, 선거 문화를 바꿔놓다

6·2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여당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이명박 정권 독주에 대한 심판과 견제 심리는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민심’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줬다.

선거 직후, 대다수의 언론과 정치인은 트위터(twitter)를 주목하고 있다. 언론들은 140자 단문 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가 이번 선거에서 젊은 유권자층의 결집을 이끌어내며 54.5%의 높은 투표율 등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인터넷 문화가 노무현 돌풍을 일으켰다면, 2010년 트위터를 비롯한 뉴미디어가 선거 열풍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트위터의 여론이 곧 민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선거에서 트위터가 보여준 파급력은 실제로 대단했다. 노회찬, 한명숙, 유시민 등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약했던 진보진영 및 범야권 후보들이 트위터를 기반으로 유권자들의 결집을 불렀고, ‘팔로어’들은 선관위의 엄호 속에서도 ‘정책 알림이’ 역할을 했다.

▲ 소설가 이외수씨의 트위터. ⓒ이외수 트위터
투표 참여 열기도 어느 곳보다 뜨거웠다. 투표일을 앞두고 트위터에선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들이 줄을 이으면서 투표권 행사 의욕을 북돋았다. ‘선투표 후욕설’과 같은 신종 캐치프레이즈가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소설가 이외수, 배우 문성근 등 유명 인사들의 투표 독려가 일반 유권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외수 씨는(@oisoo) “투표 안 하고 놀러 가겠다는 사람들에게 썩소를 날리며 귓속말로 한 마디만 해 주고 싶다. 투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라는 말로 투표 참여를 호소했고, 서형욱 MBC ESPN 해설위원은 “진정한 대한민국 서포팅은 월드컵 응원이 아니라 투표권 행사가 아닐까”라며 “좋아하는 팀이 있으면 축구가 100배 더 재미있듯, 투표를 하시면 세상사가 더 신나고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표 당일 서울, 경기,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트위터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전해지며 투표 독려가 절정에 달했다. 문성근 씨는 “마지막 단 한사람이라도 더 투표소로 모셔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김제동, 노홍철 등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은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선거를 단순히 권리의 행사가 아닌 축제의 장처럼 느끼게 했다. 나아가 ‘투표 인증샷’ 이벤트까지 등장, 화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임옥상씨는 “투표에 참여한 20대 여러분 중 1000명에게 판화를 드리겠다”고 공언했고, ‘공짜 술’이나 음반 제공과 같은 이벤트도 줄을 이었다.

▲ 개그맨 김제동씨가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김제동 트위터
이처럼 트위터 상의 선거 열기가 높은 투표율과 범야권, 진보진영의 약진이라는 결과로 이어지자 많은 이들이 트위터의 힘에 새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위터의 힘! 우리도 이곳에서 제2의 오바마를 탄생시킬 수 있을듯. (@mediamongu)

트위터를 시작한 이래 하루 만에 팔로어가 천명이 늘어난 경우는 처음이네요. 선거에 대한 트위터 이용자의 관심을 실감했습니다. (@biguse)

트위터러 절대숫자가 적어 선거자체에 영향은 적었지만 선거정보 유통은 여기가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트윗 인구가 늘면 다음 선거에서는 큰 영향력을 가질듯요. (@dogsul)

물론 트위터 사용자는 아직 50만명 선에 불과해 트위터와 선거 결과의 인과성을 직접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트위터를 적극 활용한 노회찬, 유시민 후보 등이 끝내 패배한 사례를 설명하는 것 또한 어렵다.

하지만 메시지의 무한 복제, 전송이 가능한 ‘리트윗’(RT) 기능과 언론사들이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을 부지런히 기사로 생산해낸 덕분에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무시 못 할 존재감을 증명해낸 트위터가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는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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