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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등 정권 개입 의혹 제기…“권력 차원의 학살극”

전국적 규모의 MBC ‘무더기 중징계’ 사태를 두고 MBC 안팎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11일 재심에서 ‘해고’ 등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법적 투쟁은 물론 총파업 재개까지 가능한 상황이어서 MBC 사태 수습은 요원해 보인다.

■청와대와 ‘교감’ 있었나=이번 무더기 징계 사태에 대해 정권 차원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지난 4일 성명에서 “김재철 사장의 징계 만행 사건이 청와대와 철저한 사전 조율을 거쳐 이뤄졌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사측에서 철저하게 입단속을 했던 징계 내용이 어떻게 청와대와 국정원, KBS 정보보고를 통해 오래 전부터 흘러나올 수 있었겠는가”라고 밝혔다. MBC 한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이 인사위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음에도 선거 이전부터 국정원이나 KBS에 MBC 해고 내용이 정보보고로 올라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MBC노조는 지난 7일부터 방송센터 10층 사장실 앞에서 ‘보복징계 해고학살 청와대의 특명인가’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채 부당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노조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언론노조도 이날 성명을 통해 “애초 선거 전에 강행하려 했던 징계는 유권자들의 추상같은 정권심판의 기운이 감지되자 차일피일 미루어졌다”면서 “이는 큰집으로부터 태생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낙하산의 징계 일정 조율이었고, 큰집과 여러 번의 교감 끝에 내려진 권력 차원의 학살극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징계의 수위와 범위를 놓고 청와대와 김재철·황희만이 사전 조율해 왔다는 정황은 청와대로부터 흘러 나왔다”며 “이는 큰집으로부터 조인트를 까인 김재철·황희만이 노동조합 집행부 탄압에 청와대의 실시간 지도를 받아가며 대행해 왔다는 증거이고, 선거 이후 더 이상 여론에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징계안을 결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시판 글로 해고? “지나치다”=오행운 〈PD수첩〉 PD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해고 결정을 내린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MBC 사측은 지난 7일 ‘경영진이 사원 여러분께 알립니다’라는 유인물을 배포해 “사장에게 ‘후레자식’, ‘호로자식’이라고 표현한 것도 모자라서 ‘건달잡놈’, ‘만고잡놈’, ‘오사리잡놈’이라고 욕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인가”라며 “이는 명예훼손을 넘어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살인이자 언론테러”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행운 PD의 글이 다소 거칠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를 이유로 해고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MBC의 한 PD는 해당 글에 대해 “사장을 직접 욕한 것이 아니라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고소·고발하지 않으면서 조합 집행부만 고소하는 김재철 사장의 행동에 대해 풍자를 곁들인 비판으로 이해했다”면서 “맥락을 따지지 않고 해고한다는 자체가 인사위의 황당한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MBC노조도 “사내게시판에 올린 말 한 마디에 사원을 해고시키는 사람이 김우룡에 대해선 왜 그리 너그러울까”라며 “방문진 사내게시판이 아니라 월간 〈신동아〉에 대놓고 ‘큰 집에 불려가 매 맞고 조인트 까인 청소부 사장’이라며 자신과 MBC의 명예를 처참하게 살해한 김우룡이야말로 그 죄질로 따지면, 천배, 만 배는 극악무도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오 PD에 대한 해고 결정은 향후 법적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징계 사유는 될 수도 있지만, 해고 사유까진 될 수 없다고 본다”며 “최종적으로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겠지만, 해고 무효 소송을 하게 된다면 오행운 PD가 승산이 큰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MBC노조 한 간부가 ‘부당징계 철회’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채 사장실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또한 오 PD를 비롯해 사번 성명을 주도한 혐의로 이채훈 PD가 정직 1개월에,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유로 김종우 PD가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는 등 일반 구성원들 가운데 시사교양 PD들에 대한 징계가 다수 이뤄진데 대해 일각에선 시사교양 PD 탄압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PD는 “시사교양 PD들에 대한 집중 공격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는 11일 재심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일단 지켜보자는 신중한 분위기가 우세하다.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이런저런 소문이 횡행하지만, 오히려 다른 정치적 효과를 낼 수 있어 어떤 판단이나 추측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PD도 “재심을 통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당장 총파업을 재개하기도 힘든 만큼 MBC노조의 고민도 깊다. 노조 관계자는 “판을 길게 보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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