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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

KBS가 오는 14일 수신료 인상 공청회를 연다고 한다. 본격적인 수신료 인상 절차를 밟을 태세다. KBS가 세계 각국의 수신료 액수를 나열한다든지, 30여년 동결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경영 자구책 차원의 이야기를 반복한다면 번지 수 잘못 짚은 것이다. 지난 2년 KBS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되었다는 비판 여론을 KBS 경영진은 모르는 건지, 알고도 그런 것인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후안무치하다.

정권의 나팔수 노릇하라고 수신료 올려줄 국민은 결코 찾기 힘들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KBS이사회를 갖은 방법으로 장악한 다음, 정연주 사장을 불법 해임시켰다. 그리고 관제사장에 이어 이제 대선특보 출신을 임명해서 방송장악을 만천하에 천명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최소한의 상식을 완전히 짓밟은 것이다. 정권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방송 독립을 외치는 뜻있는 KBS인들은 각종 징계와 보복인사로 억압했다. 한마디로 제작의 자율이나 창의는 뒷전이고 통제 구조 강화에 골몰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내 비판적인 목소리는 억압하고 대신 정권 친화적인 방송들은 넘쳐흐른다. KBS는 뉴스나 특집방송을 통하여 정부사업의 찬사를 늘어놓는 일이 많아졌다. G20회의를 유치하였다고 마치 우리나라의 국운이 열렸다고 보도하고, 사실상 확정된 원전수주를 마치 대통령이 혼자 현지로 날아가 따낸 것같이 보도를 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모든 정책 의제들을 소홀히 하고 오로지 안보 불안으로 정책선거를 실종시켰다. 한마디로 우리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방송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수신료를 올린다고 발표를 하다니 KBS경영진의 배짱과 무신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도대체 권력과 자본에 놀아나는 KBS를 왜 힘없고 가난한 다수의 호주머니로 충당하려는지 모르겠다.

사실 KBS 수신료 인상은 올해 초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5000~6000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비극의 씨앗이다. 노골적으로 7000~8000억원 광고시장의 재편을 언급했다. 미디어법 날치로 탄생하게 될 신문재벌의 종합편성 채널에 생존 기반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이다. 이젠 신문재벌을 배불리기 위해 세금을 늘리겠다는 발상이 정권 수뇌부들에게서 나온다. 지금은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존립에 대한 보다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치적 독립성을 상실하고 프로그램의 공정성도 보장 못하는 KBS에 왜 준조세를 꼬박꼬박 내어야 하는지 생각하는 국민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만약 수신료 인상마저 일방적으로 강행하다간 KBS의 존립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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