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피 묻히고 임기 다한 사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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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비난…“이근행 숨통 끊은 김재철, 퇴진 앞당길 것”

▲ 김재철 MBC사장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해고는 ‘살인’이다. 김재철은 끝내 이근행 위원장의 숨통을 끊었다.”

MBC 사측이 11일 파업 참가자 징계 재심을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근행 노조 위원장에 대한 ‘해고’를 확정했다. MBC에서 노조 위원장이 해고된 것은 지난 1996년 강성구 사장 퇴진 총파업을 이끌었던 최문순 당시 노조 위원장(현 민주당 의원) 이후 14년만이다.

당시 최문순 위원장은 1년 만에 복직됐으나, 김재철 사장은 “내가 사장으로 있는 한 해고자에 대한 복직은 없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어 향후 진행될 법적 투쟁과 그 결과에 언론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11일 ‘손에 피를 묻히고 임기를 다한 사장은 없다’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더 이상 MBC를 파국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사원들의 마지막 절규에도 불구하고 김재철은 결국 그 더러운 손에 피를 묻혔다”며 “이근행 위원장을 해고한 김재철은 서울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러 100여명의 사원들을 무참하게 도륙(屠戮)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방송 독립과 언론 자유를 외치며 싸우던 MBC 언론 노동자의 해고는 14년만의 일”이라며 “김우룡을 향해서는 그토록 무디기만 했던 칼이 후배들을 향해서는 어떻게 이처럼 시퍼렇게 날이 설 수 있는지, 그 낯 두꺼움이 경악스러울 따름”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징계의 시점과 방식조차 야비하기 그지없다. 천안함 아래서 황희만을 부사장에 기용했듯, 김재철은 월드컵이 개막하는 날 해고의 칼을 휘둘렀다. 게다가 1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던 오행운 PD는 감봉 1개월로 감경됐다. 이 얼마나 치졸한 장난이란 말인가. 노동조합 위원장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조합원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저들의 비열한 작태에 다시 한 번 치가 떨린다.”

▲ MBC노조는 지난 7일부터 방송센터 10층 사장실 앞에서 ‘보복징계 해고학살 청와대의 특명인가’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채 부당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노조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그러면서 이들은 “이근행 위원장을 해고하고 MBC를 난도질 해 정권의 충견(忠犬)임을 증명한 김재철과 황희만, 전영배… 이들의 거수기에 불과했던 김재형, 차경호, 안광한, 조중현, 이우철… 우리는 이들이 2010년 6월 11일 MBC에서 일으킨 피바람을 가슴에 담아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이어 “이근행 위원장을 해고시켜 터를 다진 정권과 김재철은 MBC를 통째로 집어 삼키기 위해 노골적인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근행 위원장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손가락으로 오행운을 가리켰듯, MBC의 양심을 빼앗기 위해 손가락으로 이근행 위원장을 가리킬 것”이라며 “분명히 선언한다. 이근행 위원장을 구하기 위해 저들에게 MBC의 양심을 내주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창사 이래 MBC에서 방송 독립을 앞장서 외쳤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위원장을 해고하고 제 임기를 다 마친 사장은 없다”면서 “김재철의 손에 묻은 피는 오히려 그의 퇴진을 앞당기는 촉매(觸媒)가 될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오늘을 견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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