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왜곡보도” VS “정부 무책임한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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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항소심 공판 시작…이상길 “PD수첩, 유언비어 날조”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 제작진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본격 시작됐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상훈)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는 이상길 전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인 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먼저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망과 관련해 빈슨의 주치의는 사망원인을 말한 적이 없고 빈슨의 어머니도 vCJD(인간광우병)가 아닌 CJD로 사망했다고 말했음에도 〈PD수첩〉은 마치 빈슨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것처럼 허위 보도하고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처럼 왜곡 보도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가 “〈PD수첩〉의 보도를 허위·왜곡보도로 볼 수 없다”며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검찰 측은 지난해까지 〈PD수첩〉 수사를 지휘했던 전현준 현 금융조세1부장과 지난 2월 대검찰청 연구관으로 영전한 박길배 검사 등 기존의 수사팀을 재투입하는 등 항소심 공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상길 “‘PD수첩’ 보도? 한 마디로 황당했다”

▲ MBC <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MBC
검찰 측은 이날 증인 심문을 통해 지난 2008년 4·18 한미 쇠고기 협상이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에 근거,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충실히 진행된 협상이란 점을 강조하며 〈PD수첩〉 방송이 촛불 정국을 일으키고,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협상단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지난 2008년 4월 29일자 〈PD수첩〉 방송에 대한 소감을 묻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길 단장은 “한 마디로 황당했다”고 운을 떼며 “개인적으로 신변의 불안을 느꼈다. 집회가 열릴 때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지도 못했다. 제작진에 전화를 걸어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MBC가 유언비어를 날조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MBC 노조위원장이 ‘100만 촛불을 이뤄냈다’고 말하는 등 MBC 스스로도 〈PD수첩〉이 촛불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 단장은 “많~이 기여했다고 본다”며 동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알권리를 보장하고 정권의 비밀을 파헤쳐 알리고 심판하는 게 언론의 책임이지, 틀린 걸 알리는 건 언론자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료금지강화조치 내용, 협상 끝나고 20일 뒤에야 알았다?

이어진 변호인 심문에서 이상길 단장은 시종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변호인 측이 협상의 부실함이나 정부 측의 미온한 대응 등을 지적하는 질문을 던지면 “모른다”거나 “기억이 잘 안난다”고 답했다. 또 변호인을 향해 “의도를 갖고 질문한다”고 쏘아붙이고 경향신문 기사를 증거로 제출하자 “경향신문 보도는 신뢰하지 않는다”며 외면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정부 협상단이 당시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사태가 잇따르는 등 광우병과 인간광우병 문제가 논란이 되었음에도 충분한 실태 파악이나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협상에 나섰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협상 전 전문가회의나 가축방역협의회에서 광우병 대책 등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이 단장은 “결론은 (광우병 위험을) 무시할 수준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만을 반복했다.

협상 후 논란이 됐던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강화조치도 화두에 올랐다. 협상 직후 정부는 “미국은 30개월 미만의 소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하면 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후 미국 관보는 30개월 미만의 소는 도축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더라도 사료로 쓰일 수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상길 단장은 지난 2008년 5월 9일 MBC 〈100분 토론〉에서 이 같은 지적을 받고도 ‘영어 해석의 오류’로 몰아붙였다.

이 단장은 이날 공판에서도 “당시 보도자료가 잘못 나갔다. 나는 보도자료가 나가는 줄도 몰랐다”거나 “기억이 잘 안 난다. 〈100분 토론〉에 나갔을 때까지 관보에 게재된 내용을 몰랐다”고 책임을 피하기 급급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이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사료금지강화조치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그걸 5월 9일에 알았다는 거냐”라고 추궁하자 “실무자는 알았으나,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협상을 앞둔 2008년 초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다우너 소 동영상과 관련해 광우병 의심이 제기되는 등 인간광우병을 우려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이 단장은 “기억이 안 난다”면서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도 그렇고, 우리가 보기에도 동영상 자체가 광우병과 관계 없는 인도적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국민의 건강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로서 미국에서 스스로 리콜사태가 잇따르고 청문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보도가 나왔다면 당연히 미국 정부 측에 질의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책임을 물었다.

한편 2차 공판은 다음달 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2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증인으로는 민동석 전 정책관, 정운천 전 장관, 송기호 변호사 등이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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