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양 프로그램 확대 없는 수신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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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KBS 시청료 인상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KBS는 보스턴컨설팅사의 리서치 보고서를 바탕으로 TV 수신료를 지금보다 2배 이상 인상하려는 계획안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오랫동안 묶여 있는 수신료 인상이 KBS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 불가피한 방안일 수 있겠으나 수신료 인상의 외형적인 명분이 아닌 내실 있는 명분이 제시되지 않고서는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수신료인상이 앞으로 탄생하게 될 종합편성채널의 방송 광고료 확보를 위한 KBS의 광고수익 비율 줄이기와 연동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

수신료 인상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조건은 방송의 공공성 강화이다. 광고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 시청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란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광고수익을 줄이는 대신 수신료를 인상해서 수입의 균형을 맞추려는 가장 큰 목적은 KBS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 KBS는 지난 14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2014년 세계 대표 공영방송 도약을 위한 텔레비전 방송수신료 현실화' 공청회를 개최했다. ⓒKBS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바로 시사프로그램과 더불어 문화와 교양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이다. 수신료가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되면 대략 5500억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수입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면서 어떤 프로그램을 서비스할 것인가에 있다. 그런 점에서 수신료 인상이 명분을 얻기 위해서는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문화와 교양프로그램의 강화에 대한 대안제시가 있어야 한다.

현재 KBS의 문화교양프로그램은 물론 MBC와 SBS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비율이나 질적인 수준면에서는 세계 3대 공영방송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왜소하다. 현재 KBS의 홈페이지에 나온 데이터에 의하면 전체 편성프로그램에서 드라마는 12편(1TV 5개, 2TV 7개), 연예오락프로그램은 13개(1TV 3개,2TV 10개), 시사교양프로그램은 54개(1TV 44개, 2TV 10개)로 구분되어 시사 교양프로그램이 드라마 연예오락프로그램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러나 이 시사교양프로그램 중에서 이른바 교양프로그램과 연예오락프로그램이 합쳐진 엔포테인먼트 프로그램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온전하게 교양프로그램이 많이 편성되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또한 방송시간을 비교해보면 시사교양프로그램이 3833시간(53.4%), 보도프로그램이 2005시간(27.9%)으로 나와 있는데, 이 두 프로그램이 전체 프로그램 시간 대비 81.3%를 차지하기 때문에 방송의 공공성이 충분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프라임타임 편성시간대나 프로그램의 내용분석을 해보면, 공영방송으로서의 공공성을 충분하게 살렸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낮방송 시간을 허용하면서 당초 약속했던 교양프로그램의 강화는 사실상 구현되지 못하고, 연예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재방비율이 높다.

▲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수신료 인상이 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라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관계없이 조속히 이루어져야한다. 그러나 문화와 교양프로그램의 강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대안이 없이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면, 그것은 수신료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일 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광고수익 확보를 위한 KBS의 양보라는 정치적 선택으로밖에 볼 수 없다. KBS는 수신료를 인상하기에 앞서 문화와 예술교양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편성시간대도 전진배치 하는 타당한 자기 근거들을 먼저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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