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감경 받았다고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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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해고’에서 ‘감봉1개월’로, 오행운 〈PD수첩〉 PD

지난 4일 MBC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 때문에 ‘회사 질서 문란’으로 해고됐던 오행운 〈PD수첩〉 PD가 지난 11일 진행된 재심에서 ‘감봉 1개월’로 감경을 받았다. 1주일 만에 ‘해고자 신분’에서 벗어났지만, 기쁜 일만은 아니었다. 함께 해고됐던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은 그대로 해고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오행운 PD는 “개인적으로는 다행이고, 그동안 걱정과 성원을 많이 해주신 선후배 동료들에게는 감사하지만, 기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해고되고, 다시 감경받기까지 1주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그 시간이, 이제 겨우 입사 7년차인 오 PD에게는 시련이었다. 해고 당일 언론보도가 쏟아지면서 그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떡하니 올라 있었으니, 아내와 가족들이 느꼈을 걱정과 불안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생각이 바뀌고, 초조하고, 불안했다. 몸무게도 1주일 사이 5킬로나 빠졌다. 잠도 안 오고 식욕도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할 수야 없겠지만,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지난 2년 반 동안 〈PD수첩〉을 연출하면서 해고자 취재도 해봤다는 그가 “해고자 신분으로 지낸 1주일”은 피상적인 앎에 대한 깨달음을 준, 혹독한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 지난 4일 해고 통보를 받은 뒤 부당징계 철회를 촉구하며 MBC 1층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오행운 PD(가운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오 PD는 김재철 사장 등 MBC 사측이 파업과 관련해 노조 집행부를 형사 고소한 지난 4월 28일, 사내 인트라넷 ‘자유 발언대’에 ‘일물일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인즉슨, 송사를 벌이지 말라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고소하지 않겠다던 김재철 사장이 노조 집행부만 고소한 상황을 두고 ‘후레자식’이라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MBC 경영진은 ‘인격살인’이자 ‘언론테러’라며 오 PD를 해고했다. 이근행 위원장에 대한 ‘해고’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었지만, 오 PD의 해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대 ‘사건’이었다.

“사장을 비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쓴 글이다. 용어의 사전적 의미로 썼지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선 지나치게 감정이 아팠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건 유감이다. 하지만 다른 형태로 파업 국면을 마무리하고 확대되지 않게 해결할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그는 “사측이 어떤 의도로 해고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판단에는 좀 실수한 거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내부적으로 풀 문제를 외연을 너무 확장해 사측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측의 징계가 부당하나, 오 PD의 글이 일면 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오 PD는 지난 8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제 게시물에 포함된 지나친 용어로 인해 거론된 분께 인간적인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저에 대한 징계 여부, 그리고 그 수위의 고저와 관련한 논란을 떠나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썼다.

그는 “사용한 용어는 아주 사전적인 의미였지만,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지 않나. 미안하면 인간적으로 털고 가야 한다”면서도 “징계를 감경 받았다고 해서 이 싸움의 뒤로 물러설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부끄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의 싸움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4년 만에 내려진 노조 위원장에 대한 해고나, 사내게시판 게시물을 문제 삼은 징계 등이 앞으로의 싸움에 미칠 영향은 적잖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오 PD는 “위축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다. 그의 말대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각별한 인연이자,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배”인 이근행 위원장의 해고 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도 열심히, 숨지 않고, 굴하지 않고, 감형을 염두에 두지 않고, 쭈뼛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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