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보다 김재철 사장이 먼저 물러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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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모 방문진 이사 ‘김재철 해임안’ 준비…“징계 철회해야”

MBC 사측이 이근행 노조 위원장을 해고하는 등 전국적으로 100여명을 무더기 징계한 초유의 사태와 관련해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가 김재철 사장의 책임을 물어 해임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정상모 방문진 이사는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김재철 사장이 해고 등의 징계를 철회하지 않으면 해임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해임안을 둘러싸고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선 공방이 벌어졌으나,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경위보고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한상혁 이사의 중재에 따라 정 이사는 해임안 발의를 잠시 유보한 상태다.

▲ 정상모 방문진 이사 ⓒPD저널
이에 따라 방문진은 오는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김재철 사장이 출석한 가운데 조직개편과 징계 사태 등과 관련해 경위보고를 들을 예정이다. 정상모 이사는 “징계 철회 등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즉각 해임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장 해임안은 방문진 이사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안건으로 채택되며, 과반수 이사들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현재 방문진 이사회는 여당 측 이사들이 6명으로 과반을 차지해 현실적으로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안건으로 채택되거나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방문진 내부에서 치열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지고 물러날 사람이 언론대학살 자행, 말이 되나”

정 이사는 18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해직기자 출신으로서 (무더기 징계 사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MBC 출신으로 1980년 언론통폐합 당시 해직됐다. 그는 “정말 화가 나는 건 언론 ‘정신’에 대한 해직이고 징계이기 때문”이라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 “문제의 본질은 ‘큰집 쪼인트’ 파문과 김재철 사장의 ‘좌파 대청소’에 있다. 김 사장은 사태 수습을 위해 약속을 깨고 황희만 부사장 임명을 강행해 결과적으로 방송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MBC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유린한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이 노조와의 약속을 깨고 황희만 부사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노조와 MBC 구성원들을 농락한 꼴이 됐다. 죽은 조직이 아닌 바에야 농락을 당하고도 어떻게 가만히 있겠나. 따라서 노조의 파업은 퇴로도 없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런 정황을 충분히 알면서도 황 부사장 임명을 강행한 의도가 무엇인가. 파업을 유발하고,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파업의 책임은 김재철 사장이 져야 한다. ‘쪼인트’ 파문부터 파업까지 근본적 책임은 김 사장에게 있다.”

정 이사는 또 “‘좌파 대청소’나 언론 학살과 같은 것들은 나치 시대에나 나올 말”이라며 “파시스트 언론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물러난 이유가 무엇인가. ‘큰집’에서 일어난 내용을 외부에 밝힌 책임 때문에 나온 것 아닌가”라며 “본체 책임은 김재철 사장에게 있고, 따라서 김 전 이사장보다 먼저 물러났어야 한다. 그런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물러나지는 않고 언론대학살을 진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일갈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해고와 징계를 철회하는 것만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라며 “그럴 마음이 없다면, 이미 사장으로서의 권위도 상실한 만큼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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