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주장의 본질적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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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주장의 본질적인 문제점
[기고] 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 최진봉 교수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스쿨)
  • 승인 2010.06.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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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이 수신료 인상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리는 틈을 타 수신료를 실제로 납부하는 국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이 마치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 추진을 위해 KBS는 조직개편안 발표를 시작으로 지난 14일에는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고, 17일에는 시청자위원회 공동의견서도 의결했다. 23일에 열리는 KBS 정기이사회에서는 수신료 인상안의 의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나아가, KBS는 오는 7월 중 방송통신위원회에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하고 같은 달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KBS는 지난 14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2014년 세계 대표 공영방송 도약을 위한 텔레비전 방송수신료 현실화' 공청회를 개최했다. ⓒKBS
KBS 이사회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23일 열리는 KBS 정기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재 2,500원인 수신료를 4,500원이나 6,500원으로 인상하는 두 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대해 염치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그 동안 KBS가 쌓아왔던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가 급격히 추락해 국민들로부터 정권의 방송이라는 비난과 함께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지영옥 KBS 시청자 본부장은 지난 14일 수신료 현실화 공청회에서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실시된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서 KBS가 거의 전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맞는 말이다. 2008년 이전까지 KBS는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방송사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이병순 사장과 이 대통령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을 거치면서 KBS는 각종 불공정 편파보도와 친 정부 성향의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과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국회 미디어 발전 국민위원회와 지난해 8월 시사저널과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언론사의 공정성과 신뢰도 평가에서 1위 자리를 MBC에 내주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는 현 정부 출범후 KBS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KBS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과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인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KBS는 미국의 공영방송 PBS의 사례를 통해 수신료 인상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 유일의 공영방송인 PBS는 KBS처럼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징수하지 않는다. 반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수신료 대신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 PBS가 이처럼 수신료가 아닌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운영될 수 있는 비결은 공영성이 높은 프로그램의 제작과 공정한 방송태도 때문이다. 언론사 사주와 정치권력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개인 소유의 상업방송과 달리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PBS는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공정한 방송을 내보내고 있어 미국 시청자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고 있다.

지난 2008년 10월 2009년 9월까지 미국의 대표적인 시청률 조사기관인 낼슨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황금시간대인 프라인타임 시청률 조사에서 PBS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미국의 대표적인 상업방송인 CNN, 히스토리 채널, HBO, 디스커버리 채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시청자들이 공영방송 PBS의 프로그램에 대해 얼마나 높은 신뢰감을 보내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미 공영방송 PBS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러한 높은 신뢰감은 결국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PBS 후원으로 연결되어 PBS운영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정치권력과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참다운 공영방송의 틀을 갖춘 PBS에 대해 시청자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이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시청자들은 자발적인 후원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 최진봉 미국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PD저널
수신료 인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KBS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기 전에 미국 시청자들이 PBS에 자발적인 후원금을 내는 이유에 대한 공부가 먼저 필요하다. 미국의 시청자나 한국의 시청자나 공영방송에 기대하는 내용은 별로 다르지 않다. 정치권력과 자본에 영향받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임 받아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부패와 비리에 대한 감시견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KBS는 이러한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비난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맞다. 누군가가 잔칫집에 가서 훈계했듯이 KBS는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공영방송으로서의 정명을 제대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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