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이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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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특집 ‘토크콘서트’…“‘PD수첩’은 우리 사회 마지막 입”

 

MBC의 대표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방송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0년 5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했으니, 정확히 20년 하고도 1개월이 넘은 셈이다. 민주화를 향한 강한 열망 속에 피어난 탐사고발프로그램의 꽃은 지난 20년간 네 번의 정권 교체와 그에 따른 우여곡절 속에서도 질긴 생명력을 과시해왔다. 20년 동안 80여명의 PD들이 〈PD수첩〉을 거쳐 갔고, 주택 문제부터 권력 비리에 관한 보도까지 1600여개의 아이템이 방송됐다.
이제 스무 살을 맞은 〈PD수첩〉의 꿈은, 역설적이게도 “〈PD수첩〉이 없는 세상”이다. 그러나 황우석 논문 조작 방송과 한미 쇠고기 협상, 그리고 ‘검사 스폰서’ 파문 등에서 보듯 〈PD수첩〉은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진중권 평론가의 말대로 〈PD수첩〉이야말로 “이 사회에 남아 있는 마지막 입”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일산MBC 드림센터 2층 공개홀. 이곳에서 조금 특별한 〈PD수첩〉의 성년식이 마련됐다. 방송 20주년 특집으로 진행된 ‘토크콘서트’가 그것. 패널들의 토크와 가수들의 콘서트를 결합한, 시사프로그램에선 좀처럼 볼 수 없던 새로운 형식이었다. 공개홀 정면에 마련된 ‘무대A’에서 김창완밴드, 이상은, 바비킴 등이 노래를 부르고, 그 오른편에 마련된 ‘무대B’에서는 가수 이문세와 손정은 아나운서의 사회로 역대 〈PD수첩〉 MC들과 진중권, 전원책 변호사 등 대표 논객들이 1,2부로 나눠 토크를 진행했다. 이날 녹화 현장에는 대전, 광주,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300여명의 시청자들이 함께 했다. ‘대한민국, 안녕하십니까?’란 주제로 진행된 토크콘서트는 22일 밤 11시15분부터 75분간 방송된다.

‘PD수첩’ 20년, 권력과의 긴장 20년

▲ MBC 'PD수첩'이 20주년을 맞아 22일 특집콘서트 '대한민국, 안녕하십니까?'를 방송한다. 역대 'PD수첩' MC를 지낸 PD들이 출연해 이문세, 손정은 아나운서와 토크를 나누고 있다. ⓒMBC
〈PD수첩〉의 20년 역사는 권력과의 긴장 20년에 다름 아니었다. 이날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PD수첩〉 MC 출신의 최진용, 송일준, 최승호 PD는 “어떤 정권도 〈PD수첩〉을 예뻐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황우석 사태’ 당시 시사교양국장을 지냈던 최진용 PD는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세련되고 교묘한 방법으로 외압에 항상 시달려왔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기관장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당해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이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것을 그들은 “탐사프로그램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외압 속에서도 별 탈 없이 20년간 방송된 〈PD수첩〉이었지만, 몇 차례 고비는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사건이 〈PD수첩〉의 방송 첫해인 1990년에 있었다. 당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체결 과정에서 농촌의 피폐한 현실을 담았던 ‘그래도 농촌은 포기할 수 없다’편이 사측의 지시로 방영되지 못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 해고까지 불러왔던 사건은 이후 MBC 단체협약 상 ‘국장책임제’ 등의 조항을 통해 취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계기가 됐다. 송일준 PD는 “이 같은 MBC만의 ‘제도적 장치’와 사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공유하고 있는 언론자유와 사명에 대한 의식이 〈PD수첩〉을 〈PD수첩〉답게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교체되면서 〈PD수첩〉 제작 환경도 녹록치 않다. 정보 접근은 제한돼 있고, 작은 흠결은 프로그램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 한다. 최승호 PD는 “지금 황우석 사태를 취재한다면, 아마 방송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때문에 최진용 PD는 “더욱 노력해서, 흠결 없이, 책잡히지 않게 만들 것”을 후배 PD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PD수첩〉이 없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가수 이상은이 'PD수첩' 20주년 특집 콘서트에 출연, 녹화를 앞두고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이여영 전 중앙일보 기자는 “어떤 나라의 언론 자유가 극대화 되었는지를 알려면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고 말한다. 미국에 〈60minutes〉가 있다면, 한국에는 단연 〈PD수첩〉이 있다. 때론 공정성 시비와 송사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PD수첩〉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PD수첩〉은 ‘약자들의 효자손’이다.
〈PD수첩〉은 ‘인동초’다. 매서운 눈보라를 20년간 굳건히 버텨냈으니까.
〈PD수첩〉은 ‘슈퍼맨’이다. 정의를 수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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