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때문에 방송 못하는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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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태현 〈PD수첩〉 책임PD

지난 20년간 〈PD수첩〉은 우리 사회의 성역을 부수는 작업들을 해왔다. 권력의 심장부부터 ‘진짜 성역’으로 일컬어지던 국가정보원과 결코 깨지지 않을 것처럼 여겨지던 황우석 신화까지, 〈PD수첩〉의 사전에 성역이란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때문에 늘 권력의 눈 밖에 났고, 각종 이해집단의 취재 방해와 협박, 소송 등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맞은 〈PD수첩〉의 스무 살은, 그래서 더 대견하다. 김태현 〈PD수첩〉 책임 PD는 “PD들의 열정과 순수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정과 순수는 늘 공격 받기 일쑤다. 황우석 사태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던 〈PD수첩〉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과 사장이 교체되고 낙하산 논란이 일면서 최근 또 다시 폐지설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위기가 올 때마다 스스로 존재감을 증명하며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PD수첩〉의 특징. 김재철 사장은 최근 간부 워크숍에서 “〈PD수첩〉이 MBC의 힘”이라며 폐지설을 일축했다. 김 PD는 “최근 ‘검사와 스폰서’편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와 성과가 높기 때문에 더 이상 폐지를 거론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김태현 MBC 'PD수첩' 책임PD.
김 PD는 지난 4월 〈PD수첩〉 책임PD를 맡았다. 김재철 사장 선임 직후 김환균 전 책임PD가 보직해임되고 〈PD수첩〉 폐지설이 떠도는 뒤숭숭한 상황이었다. 그는 “내가 맡은 동안 〈PD수첩〉이 없어진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며 “십자가를 물려주기”를 빌었다. 그러나 “형이 안 맡으면 진짜 없어진다”는 이근행 노조 위원장의 한 마디에 마음을 돌렸다.  

하지만 언론들은 사장에 책임PD까지 교체된 마당이니 〈PD수첩〉이 점차 보수화·연성화 될 것이라 우려했다. 그래서 김 PD가 책임PD를 맡자마자 꺼낸 첫 마디는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대로 간다”는 것이었다. 그는 “〈PD수첩〉은 〈PD수첩〉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은 곧 지금의 〈PD수첩〉을 있게 하는 힘이다. 〈PD수첩〉은 사장이 바뀌고 본부장과 국장이 바뀌고 책임PD가 바뀐다고 해서 좀처럼 변하지 않는 기질을 가졌다.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각오만으로도 〈PD수첩〉에 거는 기대는 충분히 희망적이다.

“〈PD수첩〉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박수를 쳐주는 것은 정의의 깃발을 대신 세운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본다. 사명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승호 PD가 앞서 15주년 특집 방송에서 말한 대로, 역량이 부족해서 방송을 못하는 일은 있어도 외압이나 거래 때문에 방송을 못 하는 일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약자와 서민, 소수자를 위한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로서 충실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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