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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운의 무한맵] 이효리 표절논란은 ‘뜨면 그만’인 사회현실 반영

▲ 이효리. ⓒ엠넷 미디어
표절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양심문제다. 하지만 표절의 이면에는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상관없다는 독특한 사회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상품성만 있으면 해당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문제를 무시해버리는 사회구조 탓이다.

쉽게 말해 며칠간 머리를 쥐어짜며 새로운 음원을 만드는 것보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인기곡의 음원을 따다 쓰는 게 돈 벌기 편하다. 이런 현실에서 음원표절을 개인의 도덕성 탓으로 돌리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최근 이효리의 음원표절 논란을 보자. 누구는 이효리를 욕하고, 누구는 작곡가 바누스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데, 다수의 ‘공범자’들 입장에서 볼 때 이효리와 바누스는 단지 운이 없었던 것이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음원표절은 음반 사업에서 일종의 ‘리스크’로 떠안고 가는 것일 뿐,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표절이든 뭐든 일단은 노래가 ‘뜨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효리를 비롯해 과거 소녀시대나 G-드래곤, 2NE1 등 인기가수들의 유명 곡들은 하나같이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표절논란에 상관없이 이들의 곡은 히트를 치고, 일정한 수익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표절로 판명된 작곡자들을 전부 부도덕한 인물로 매도해봤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처럼 ‘도구적 합리성’에 익숙한 자본주의형 인간들에게 표절은 효율적인 사업수단이기 때문이다.

▲ 과거 표절논란이 있었던 그룹 ‘빅 뱅’의 G-드래곤. ⓒMnet 화면 캡처

이는 상품가치만이 모든 성공의 기준이 되는 사회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상품가치만 있으면 표절로 적발된 이후에도 이미 어느 정도의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악을 소비하는 이들도 음악이 듣기 좋으면 표절에 둔감해진다. 창조적인 음원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성공도 보장할 수 없다. 적당히 믹스하면 안 걸릴 수 있다. 걸려도 크게 위험하진 않다 … 표절의 유혹은 스멀스멀 올라온다.

경쟁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성공을 위한 표절은 일면 ‘합리적’일 수 있지만 용서받을 수는 없다. 이효리와 바누스를 비판하는 이들도 자신의 삶 곳곳에서 표절의 유혹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표절 논란을 없애려면 공정한 게임을 한 음원창작자들에게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있게끔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정한 게임을 포기한 자들에게 경쟁의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부당한 과정으로 생산된 상품에 대해 ‘보이콧’을 외칠 수 있는 음원소비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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