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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

KBS에서 모든 시사프로그램이 보도본부로 이관된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 탐사프로그램의 효시인 〈추적60분〉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고, 입사 3년차인 〈추적60분〉 김 PD도 발령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김 PD는 입사 1년차에 생방송 〈시사투나잇〉 폐지도 겪으셨지요? PD 간부들 만나서 호소하고 피케팅과 연좌농성을 밥 먹듯이 하며 흘렸던 김 PD의 땀방울과 눈물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이제 막 방송생활을 시작한 프로듀서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불태우는 시간보다 언론 독립이라는 상식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하는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김 PD는 좌절과 분노를 넘어 강력한 연대와 투쟁을 호소하셨죠. 입사 3년차 〈추적60분〉 PD의 사자후를 이 땅의 언론인들과 함께 나누고자 몇 자 옮겨봅니다.

"저희에게 ‘너희들 어떻게 되는 거니?’라고 묻지 마십시오. 그것이 다 애정이고 관심인 줄은 압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에게 묻는 선배가 아니라 우리를 대신해 싸워줄, 우리와 함께 싸워줄 선배입니다. ‘어떻게 되는 거니’라고 묻지 마시고 ‘이렇게 해라’라고 답을 보여주십시오. 선배님들은 저희에게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피디 사회는 정말 좋은 사회다, 이렇게 양심적인 집단이 없다.’ 지금 그 양심을 보여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KBS 사내 게시판에 올려진 그의 호소는 일방적으로 삭제되었다지요. 이런 양심과 비판 정도도 게시판에서 나눌 수 없는 조직이라면 언론사 간판을 내려할 것 같습니다. 할 말을 할 수 없는 언론사, 저항과 비판 세력에겐 탄압과 협박을 일삼는 경영진, 거짓말로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려는 간부들이 이끌어가는 방송사는 더 이상 국민의 여론을 담아내기 힙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 PD의 분노와 저항은 정당한 것 같습니다. 프로듀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그대 곁에 많은 이들이 함께 할 것입니다.

언론장악에 맞선 젊은 언론인들의 분노와 호소는 비단 KBS에만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파업 전선으로 언론독립의 기치를 들었던 MBC에서도, 강고한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이끌어냈던 YTN에서도, 언론 독립을 지켜내려는 저항의 현장에선 항상 젊은 그들의 순수와 열정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조롱당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언론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여정에 기꺼이 함께 한 그대들이 있기에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이제 젊은 그대들을 희망이라 부르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함께 방송 독립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권력에 기대어 언론을 더럽힌 자들이 더 이상 설 수 없도록 보다 큰 우리를 만들어갑시다. 젊은 그대의 눈물과 땀방울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젊은 그대여, 외로워 하지마기를. 방송 독립의 그 순간까지 항상 함께 할 이들의 숨결과 열망을 기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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